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연예계는 아직도 불문율이 있다. 스타들의 연애는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닌 이상 숨기는 게 좋다는 것. 여기서 피치 못할 사정은 기사로 명명백백하게 알려지는 경우다.
스타와 소속사는 누가 봐도 연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진이 찍혀 기사화되지 않는 이상 일단 부인하고 본다. 요즘 들어 열애설이 나온 후 즉각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공개 연애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여긴다.
일단 공개 연애를 하게 되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은 당연지사. 그 어떤 작품 활동을 하든 공식석상에서 연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00의 연인’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별칭은 연애 기간은 물론 활동을 지속하는 한 따라다닌다.

최근 한 남자 스타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공개 연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난감해 했다. 인터뷰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연인에 대한 질문이었다. 연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그는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나는 그 친구와 교제하는 사실이 계속 기사화돼도 상관이 없지만 그 친구는 내 연인이라는 게 언급될 때마다 피해를 입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누구의 연인으로 불리는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여자 스타들의 경우 잠재적인 논란을 안고 살아간다. 연애 중이나 종지부를 찍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시끄러운 잡음에 대한 책임은 여자 스타에게 멍에가 따로 없다. 연애를 한 당사자는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건만 연애 전후로 가해자는 대부분 여자가 된다.
배우 한혜진은 최근 연하의 축구선수 기성용과의 열애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일단 몇 차례 열애를 부인했다가 인정하면서 거짓말을 했다는 불편한 시선이 있었다. 열애를 인정하고 나니 오랜 연인이었던 나얼과의 결별과 새 연인 기성용과의 만남 간극이 짧다는 꼬투리가 이어졌다. 어느새 양다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한혜진은 물론이고 전 연인 나얼이 SNS를 통해 직접 해명하는 일이 촌극이 벌어졌다.
열애를 부인했다가 인정하며 솔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새로운 연인과의 만남을 시작한 시점에 대한 섣부른 질타도 모두 한혜진에게 향했다. 연애는 기성용과 한혜진이 했지만 따가운 눈총은 여자에게만 쏠렸다. 비단 한혜진 뿐만이 아니다. 공개 연애를 여러 번 한 스타는 마치 결혼을 몇 번씩이나 한 것처럼 ‘유부녀’ 이미지가 굳었다. 톱스타와만 염문설이 불거지는 한 배우는 속된 말로 꼬리를 치고 다니는 ‘쉬운’ 여자가 됐다.
누구에게든 결별에 있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 짓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남녀관계는 당사자만이 아는 문제다. 그런데 스타들의 열애와 결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이 같은 이성적인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중은 여자 스타들을 가해자로 만드는 오류에 쉽게 빠진다. 여자 스타에게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일이 언제까지 죽을 죄가 되어야만 하는지 답답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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