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이야? 1번이야?
KIA 내야수 김선빈(23)의 개막이 뜨겁다. 그는 부동의 9번타자이다. 그러나 마음 뿐만 아니라 몸까지 1번타자이다. 개막 이후 타격 내용을 보면 틀리지 않는 말이다. 하위타선의 해결사이자 새로운 찬스를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선빈은 5번타자 최희섭과 함께 개막 이후 7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터트렸다. 그 가운데 세 번이나 멀티히트를 날렸다. 타율은 3할7푼(27타수 10안타)이나 된다. 이용규와 함께 8득점으로 팀내 공동 1위이다. 5명이나 홈에 불러들이는 클러치 솜씨도 있고 2개의 도루를 했다. 3개의 볼넷을 골라내 출루율도 4할3푼3리에 이른다.

1경기를 제외하고 9번타자로 활약하면서 거둔 성적이다. 다른 팀의 톱타자를 무색케하는 성적표이다. 최강의 9번타자라고 할 수도 있다. 팀의 6승1패 호성적의 밑바탕에는 김선빈의 활약이 담겨있다. 하위타선과 상위타선으로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넘어 해결사 노릇까지 했다.
KIA 타선에서 김선빈-이용규-신종길(김주찬)의 트리오 라인은 가장 무서운 무기로 꼽히고 있다. 사실상 모두가 1번타자이다. 높은 출루율과 상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지대이다. 마치 테이블세터진이 이중으로 포진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2할1푼4리에 그친 이용규가 부진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도 9번타자 김선빈의 활약 때문이다.
방망이 뿐만이 아니다. 수비에서도 투수들의 어깨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하고도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여러차례 보여주며 내야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실책 2개가 있지만 수비력이 작년보다는 훨씬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작은 김선빈이 공수에서 가장 큰 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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