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스크린, 유난히 '남풍'이 강했던 극장가에서는 선 굵은 남자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재발견'이라고 할 만한 몇몇 배우들의 변신이 주목됐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은 없었지만, 원래 알고있던 그 배우를 다르게 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던 극장가다.
지난 2월 개봉한 느와르물 '신세계'(박훈정 감독) 황정민은 단연 1분기 극장가 신드롬의 주역으로 꼽힌다. 극 중 화교 출신 조직의 2인자 정 청 역을 맡은 그는 원래 그가 지니고 있는 곱슬머리를 하고, 능수능란한 사투리와 중국어를 구사했다. 팔팔 뛰는 날 것의 느낌과 열렬한 캐릭터 분석에서 나온 디테일한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 이제 변신만으로 기대가 되는 황정민은 그 기세를 몰아 개봉을 앞둔 '전설의 주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세계'는 황정민 외에도 박성웅이란 배우를 새롭게 조명하게 만들었다. 드라마를 통해 주로 그 모습을 선보였던 박성웅은 이 작품으로 영화계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한 배우가 됐다. 극 중 기업형 범죄조직 골드문의 보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이중구 역을 맡아 완벽하게 소화해 내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의 삼각형 구도에 새로운 사각형 꼭지점을 만들어냈다. 영화를 보고 박성웅에 놀랐다는 반응이 꽤 많았을 정도다.


2월 개봉한 독특한 로맨틱코미디 '남자사용설명서'의 오정세는 올 초 극장가에서 가장 파격적인 캐스팅을 보여준 예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오정세가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란 흐뭇함을 안겼다. 조금은 색다른 한류 톱스타로 출연해 코믹 본능을 제대로 뽐낸 그는 충무로 조연배우에서 중심으로 조금씩 이동 중이다.
여자배우의 존재감이 별로 없었던 올 초 영화계에서 전지현은 지난 해 '도둑들'에 이어 지난 1월 개봉한 '베를린'에서도 비교적 적은 분량에서도 큰 존재감으로 그 매력을 뽐냈다. 전지현은 '베를린'에서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중 가장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북한 사투리를 구사해 관계자들과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또 트렌치코드 자태가 저렇게 빛날 수 있는 여배우가 또 누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여배우의 아우라를 드러냈다. '도둑들'과 극과 극으로 다른 모습이 반전의 매력을 더했다.
현재 상영 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2'의 이병헌을 보면 참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는 반응이 많다. 이병헌이 눈빛이 영화를 살렸다는 평이 있을 만큼 이병헌이 이 영화에서 하는 역할은 압도적이다. 복면을 벗고 감정을 드러낸 스톰 쉐도우에 대한 반응은 사실 해외에서 더 뜨겁다는 후문. 이제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한국 배우가 자리 잡아가는지를 지켜볼 만 하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