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 들려서 어느 정도로 열심히 (응원을) 하나 쳐다봤다".
이동국(34, 전북 현대)이 내놓은 산책 세리머니의 답이다. 이동국은 지난 3일 일본 사이타마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 우라와 레즈(일본)와 원정경기서 결승골을 넣어 전북의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당시 이동국은 골을 넣은 직후 수 많은 우라와 서포터들이 있는 관중석 앞을 유유히 뛰어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직전에 열린 일본과 A매치서 골을 넣고 달린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와 유사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박지성의 세리머니를 따라한 것은 아니었다. 이동국은 "박지성이 골을 넣은 추억이 있는 곳이긴 했다. 하지만 세리머니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우라와 팬들이 열광적으로 응원을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끄럽게 들려서 어느 정도로 열심히 하나 쳐다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라와 팬들은 이동국 앞에서 아무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홈경기장이지만 이동국의 놀라운 움직임에 이은 결승포에 기가 눌려 침묵했다.

이동국은 6일 전의 모습을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도 재현하고자 한다. 9일 열리는 우라와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에서도 전북의 승리로 우라와 팬들을 침묵시키겠다는 것이다. 우라와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전주 월드컵경기장에는 우라와의 팬들 1000여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원정석인 S석 1층을 충분히 메울 수준의 인원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자신감이 있다. 일각에서는 계속된 주중-주말 연전으로 인해 이동국을 비롯한 동료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됐을 것이라 걱정하지만, 정작 이동국은 "시즌 초반이라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히려 "우리는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 처음에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 할 수록, 많이 뛰면 뛸 수록 그 동료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경기를 해야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중-주말 연전이) 경기력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체력에서의 문제보다는 이득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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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