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좌완 투수가 더 익숙하다".
흔히 야구계의 속설상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최형우(30, 삼성 외야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올 시즌 4경기 가운데 3명의 좌완 선발을 만났다. 지난달 30일 두산과의 개막전 때 더스틴 니퍼트를 제외하면 31일 게릿 올슨(두산), 5일 노성호, 7일 아담 윌크(이상 NC) 등 죄다 좌완 선발이다.
최형우는 "좌완 투수와 하도 많이 상대하다보니 이제 좌완 투수가 더 익숙하다"며 "우완 투수와 대결하는 게 어색하다"고 껄껄 웃었다. "좌완 투수가 더 익숙하다"는 그의 말처럼 좌투수 상대 성적 또한 뛰어났다. 타율은 5할7푼1리(7타수 4안타). 올 시즌 5타점 가운데 4타점을 좌투수 상대로 기록했다.

좌완 투수 상대 성적은 좋지만 트레이드 마크인 장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는 "안타가 나와서 좋긴 하지만 땅볼 타구가 너무 많다. 좀 더 뜨는 타구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두산과의 개막 2연전을 치른 뒤 4일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1일 휴식 후 2일부터 3일간 대구구장에서 자체 훈련을 통해 땀방울을 쏟아냈다. 2002년 프로 데뷔 후 처음 겪는 일. 다소 낯설 법도 하다. 최형우는 "3일 내내 훈련만 하니까 전훈 캠프에 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2연패 후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형우는 "경기할때 이기면 기쁘고 지면 아쉽고 그러한 희노애락이 아닌 전훈 캠프처럼 똑같은 일상이 반복돼 '하루 빨리 경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털어 놓았다.
최형우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거북이처럼 쉴 새 없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시간이 꽤 걸렸지만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2008년 신인왕을 차지한 뒤 해마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2군 강등의 아픔을 겪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후반기 들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시즌 초반의 부진을 만회했다. 그리고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거포 본능을 뽐내며 2년 연속 정상 등극에 큰 힘이 됐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한 물음에 "'역시 최형우'라는 찬사를 듣고 싶다"고 밝힌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현재 분위기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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