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이 열리면 항상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욱일기다. 욱일기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제국 시대에 사용된 일본군의 군기로, 일본군과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을 욱일기를 사용하는데 있어 주저하지 않는다. 떳떳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지난 3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에서 홈팀 우라와의 팬들은 욱일기를 흔들면서 응원했다. 당연히 국내에서는 논란이 됐다. 과거 일본이 욱일기를 앞세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침탈한 사실이 역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한 당연한 논란이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욱일기는 현재 일본의 자위대 기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무조건 항복을 하면서 일본군을 해산시키며 군기인 욱일기의 사용을 중단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위대를 창설하면서 다시 욱일기를 군기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지만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욱일기를 당당하게 여기고 있다.

일본의 '문제가 될 것 없다'는 반응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동아시아 국가의 침탈을 하며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을 외쳤던 것이 일본의 이익이 아닌 "서양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서"라고 믿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독일과 크게 비교된다. 일본과 함께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은 자신들이 전쟁의 주범이라는 확실한 인식을 갖고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다. '나 몰라라'하는 일본과는 엄연히 다르다. 특히 욱일기와 비견할 수 있는 하켄크로이츠의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독일의 자기반성과 다르게 일본축구협회는 현재 한국 내에서 불고 있는 욱일기 논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보고 있다. 축구 외의 사항이 왜 축구에서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축구협회는 초점을 잘못 잡고 있다. 욱일기 논란은 가해자인 일본이 아니라 피해자인 한국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축구협회는 욱일기 논란과 비슷한 사례를 축구가 더욱 발전한 유럽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그리스 프로축구 AEK 아테네의 미드필더 기오르고스 카티디스는 그리스 슈퍼리그 홈경기서 결승골을 넣고 세리머니로 나치식 거수경례를 했다가 그리스축구협회로부터 모든 연령별 대표팀으로부터 영구적으로 발탁하지 않겠다는 중징계를 받았다. 또한 소속팀 AEK 아테네도 시즌 내 잔여 경기에 카티디스를 제외시키기로 결정했다. 카티디스는 "나는 파시스트가 아니다. 나치식 경례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그의 입장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스축구협회는 "카티디스의 행동은 나치의 잔혹함에 희생된 모든 영령에 대한 모욕"이라며 희생자들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결국 욱일기 논란은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욱일기가 나부끼는 걸 허용할 수는 없는 법. 전북은 9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리는 홈경기에서 전북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입장 시 검색강화를 통해 욱일기 또는 유사 디자인 물품의 사용을 금하기로 했다. 만약 이와 같은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시에는 해당 물품을 발견 즉시 회수하고 소유하고 있던 관중을 퇴장 조치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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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