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 한화, NC의 시즌 첫 승 캐스팅 보트는 어느 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3.04.09 14: 05

지난 겨울부터 개막을 앞둔 올 봄까지 사상 처음 9개 구단으로 치러질 2013 프로야구에 대한 예상과 전망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우승을 비롯, 차곡차곡 전력을 쌓아온 새 식구 NC에 대한 기대감도,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의 대업을 이룬 명장 김응룡 감독을 초빙해 팀의 전반적 체질개선을 노린 한화의 강도 높은 선택도 팬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가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이 오른 2013 프로야구 초반 이들 두 팀은 기대와는 달리 승리와 연을 맺지 못하며 추락을 거듭, 두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물론 많은 야구팬들의 걱정을 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정규리그를 개막한 지 이제 겨우 1주일 남짓 지났을 뿐으로 두 팀의 부진이 끝까지 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너무 이른 시점이지만,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야생처럼 상대적으로 전력이 강한 다른 팀들에게 집중적인 공략대상으로 낙인 찍힐 경우, 수렁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연패를 끊어내는 일이 급선무로 보인다.
 
현재(4월 9일 기준) 한화와 NC의 시즌 성적은 각각 7연패와 5연패. 개막 이후 단 한차례도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NC는 지난 4월 3일 롯데와의 창원 홈경기에서 2-2 동점이던 9회말 1사 3루 때 터진 외야 깊숙한 희생플라이로 역사적인 창단 첫 승을 올리는가 싶었지만, 좌익수 김문호(롯데)의 예상치 못한(?) 호송구로 3루주자가 홈에서 비명횡사, 꿈을 접어야 했다.
 
한편 한화의 경우는 더욱 아쉬움이 크다. 롯데와의 사직 원정 개막 2연전에서 경기초반 4-0, 2-0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이틀 연속 9회말 끝내기 결승타(희생플라이와 안타)를 얻어맞으며 공히 5-6으로 역전패, 가시밭길로 들어서야 했다.
 
그러고 보니 두 팀 모두 대 롯데전을 통해 분위기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전기가 있었는데 허무하게 날린 셈이다.
 
그런데 경기일정상 개막 첫 주차의 롯데에 이어 2주차에 또 한번 한화와 NC의 연패기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팀이 길목을 지키고 서 있는데, 바로 LG다. LG는 이번 주(4월 9~14일) 주초 홈에서 NC, 주말 원정경기로 한화와의 6연전이 각각 예정되어 있다. 모두 연패에 허덕이고 있는 팀들과의 6연전이다. 초반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LG로선 단단히 한 몫(?)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렇지만 볕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이라 했다. 약체로 평가 받는 두 팀에 첫 승을 헌납하게 된다면 일반적인 1패보다 충격파가 클 수 있다. 그래서 더 사납게 한화와 NC를 궁지에 몰아붙일 것이 자명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린 두 팀이 악착같이 물고 늘어질 것은 당연. 그래서 LG의 이번 주 6연전은 어쩌면 2주차의 최고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만일 NC와 한화가 LG를 상대로도 연패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한화는 주초 삼성과의 원정 3연전이 먼저 기다라고 있다) 그 다음 대진은 가히 운명적인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두 팀의 맞대결이 대전구장에 배정(16~18일)되어 있는 것이다. 두 팀 다 연패를 끊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격으로 누군가 하나는 반드시 연패를 끊을 수 있는 경기일정이다.
 
보이지 않는 신이 너무 모질게 몰아붙이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운명의 여신은 어떤 결과물을 들고 양 팀을 만나게 해 줄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여기에는 개막 이후 최다연패라는 불명예스런 기록도 함께 걸려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 개막 이후 최다연패 기록은 롯데가 보유하고 있다. 2003년 롯데가 개막전부터 내리 12연패를 기록한 적이 있다. 물론 그 해 롯데는 12연패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3할의 승률(39승 91패)로 최하위인 8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참고로 메이저리그의 개막 후 최다연패 기록은 1988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당한 21연패.
 
7연패 중인 한화는 이미 팀 자체 개막 연패기록인 5연패(2008년)를 넘어섰고, 모든 것이 새로운 기록이자 역사인 NC는 신생 팀의 통과의례(?)라 할 수 있는 불명예기록 한 가지를 속절없이 써내려 가고 있는 중이지만, 이들 두 팀이 연패기록까지 갈아치우는 지경에 빠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화, NC 선수단은 물론 두 팀의 2013년 첫 승을 애타게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서도 연패기록이 너무 길게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과거 1998~99 시즌 프로농구의 동양 오리온스가 32연패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딛고 일어서 2001~02 시즌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을 때, 어느 선수는 이렇게 말했었다.
 
“악몽 같았던 32연패가 있었기에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었고, 우승의 기쁨도 그만큼 배로 느껴진다”라고.
 
더 강해지기 위한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한화와 NC, 연패 뒤의 첫 승은 그만큼 더 달콤하겠지만 그 길목에 LG가 버티고 서 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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