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투 어떡하지’ 싶다. 접전이 갑자기 일방적인 공중전으로 변했다. 시즌 초반 단독 선두를 달리던 KIA 타이거즈가 숨겨진 아킬레스건인 계투 취약화로 인해 결국 완패를 당하며 연승에 실패했다.
KIA는 9일 안방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2013 페넌트레이스 첫 맞대결에서 8회에만 3피홈런 포함 대거 7실점하며 4-11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KIA는 6연승에 실패하며 시즌 전적 6승 2패(9일 현재)를 기록했다. 아직 단독 선두는 지키고 있으나 아픔이 큰 대패였다.
특히 이날 경기는 연승 행진 동안 가려졌던 KIA 계투진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시즌 초반 무브먼트를 앞세워 좋은 활약을 보여주던 신인 잠수함 박준표는 8회초 돌입과 함께 양의지에게 결승 좌월 솔로포를 내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영민까지 새내기를 흔드는 장외 좌월 솔로 홈런으로 6-4를 만들며 박준표를 멘탈 붕괴로 이끌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좌타자 이종욱을 봉쇄하러 올라온 좌완 진해수는 이종욱에게 2루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민병헌에게 좌월 쐐기 투런을 내줬다. 진해수의 경우는 슬라이더(132km)가 중앙으로 몰리면서 민병헌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했다. 김현수에게 우익수 방면 안타를 내준 진해수는 뒤를 이은 이대환이 홍성흔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는 바람에 승계 실점 포함 노아웃 3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두산은 이대환을 흔들며 허경민의 1타점 2루타, 양의지의 1타점 적시타로 11점 째를 획득했다. 박준표-진해수-이대환의 8회 합작 실점은 무려 7점. 7회말 2사 만루에서 두 번의 밀어내기 사사구로 힘겹게 4-4 동점을 만든 것은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이대환은 추격조라고 쳐도 박준표-진해수는 시즌 초반 KIA의 승리 계투진이었다. 박준표는 신인답지 않은 당돌함과 움직임이 좋은 공을 앞세워 2군으로 내려간 박지훈을 대신해 4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었으나 두산을 상대로 쓰디 쓴 경험을 맛보았다. 좌타 상대 제구력이 보완되었다는 평을 받던 진해수도 결국 이종욱을 석연치 않은 내야안타로 출루시킨 것이 노 아웃 3실점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시즌 초반 KIA의 계투 필승조는 최향남-유동훈-박준표-진해수에 마무리 앤서니 르루로 이어지는 편대였다. 그런데 그 다섯 명 중 박준표와 진해수가 두산의 예봉을 꺾지 못하며 기가 한 풀 꺾인 상태. 최근 수 년 간 선발진의 힘에 비해 계투진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KIA. 선수 개개인의 각성과 보완이 절실함을 일깨워 준 뼈아픈 8회 7실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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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