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쪽이 미스매치다.”
전자랜드를 꺾고 챔프전에 진출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애런 헤인즈, 최부경, 김민수, 박상오로 이어진 SK의 포워드 4인방을 의식한 말이었다. 과연 왜 문제가 생길까.
올 시즌 SK는 센터 없이 4명의 포워드와 한 명의 가드가 뛰는 4-1시스템으로 재미를 봤다. 걸출한 장신센터가 없지만 5명의 선수가 지역방어를 서면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포워드 4명이 모두 2m 내외 장신인 점을 십분 활용했다.

보통 상대가 2대2 플레이를 하면 단신선수가 장신공격수를 막는 미스매치가 생기게 된다. 전자랜드 강혁은 외국선수에게 미스매치를 만들어주는 능력이 탁월했다. 하지만 SK를 상대로는 위력이 떨어진다. SK는 서로 수비를 바꾸더라도 다들 신장이 좋아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 문경은 감독은 적극적인 스위칭 디펜스로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
모비스는 양동근(180cm)과 김시래(178cm)가 투가드로 나선다. 신장이 작은 김시래쪽에서 수비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195cm의 센터출신 박상오가 김시래를 만나면 한 골 넣는 것은 아주 쉽다. 여기서 모비스의 고민이 생긴다. 김시래를 빼자니 공격력이 아깝고 넣으면 수비구멍이 생긴다.
결국 모비스는 이지원(190cm), 박종천(193cm) 등 김시래보다 신장과 수비가 더 나은 선수를 넣을 수 있다. 아니면 적극적인 도움수비를 통해 김시래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유재학 감독은 “챔프전에서 수비 쪽에 좀 집중하겠다. 우리가 미스매치다. 전자랜드랑 하던 전술과는 다른 공격과 수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비스의 승리는 SK의 빅포워드들을 어떻게 제어할지에 달렸다.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문태영은 평균 17.7점, 7.3리바운드로 완전히 감을 잡았다. 그는 경기당 31분 가까운 출장시간을 기록 중이다.
양동근은 올 시즌의 모비스에 대해 “작년에 (함)지훈이가 제대하기 전 나와 레더만 공을 소유했다. 지금은 다양하게 파생되는 공격이 많다. (김)시래와 (문)태영이 형이 다 잔기술이 좋다. 패턴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많아졌다”고 전력을 높이 샀다.

문제는 문태영과 함지훈의 공존문제가 아직 100%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 문태영은 정규리그 막판 함지훈이 부상으로 빠진 시점부터 활약이 되살아났다. 반면 2010년 챔프전 MVP 함지훈은 복귀 후 기량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 함지훈은 4강 평균 7점, 5.7리바운드에 머물렀다. 워낙 슈팅시도 자체가 적었다.
함지훈은 “외국선수와 나, (문)태영이 형이 동시에 골밑에 서다보니 겹치는 면이 있었다. 태영이 형이랑 내가 넓혀줘야 하는데 습관적으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챔프전을 앞두고 바깥에 넓게 나오는 연습을 할 것”이라 다짐했다.
함지훈은 득점욕심보다 궂은일로 팀에 도움이 되길 원하고 있다. 그는 “내가 어떤 것을 해야 팀이 좋아질지 생각한다.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유재학 감독은 속공전개가 좋은 김시래에게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붙여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높이와 수비가 필요할 때는 로드 벤슨과 함지훈이 나선다. 반면 문태영과 함지훈이 동시에 섰을 때 팀 컬러는 명확하지 않은 단점이 남아있다.
‘만수’라 불리는 유재학 감독이 챔프전에서 어떤 수를 들고 나올지 궁금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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