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이 형 나가면 나는 번트 대야 될 것 같은데”.(웃음)
경기 전 스스로 조연을 자처했다. 어떻게든 팀 승리에 집중하겠다는 그의 말. 그런데 경기가 끝난 순간 데뷔 첫 한 경기 4안타에 쐐기 투런까지 터뜨린 주연 중 한 명이 되었다. 2007시즌 두산 베어스 주전 우익수로 활약했던 민병헌(26)이 겸손 속 칼을 갈고 있다.
민병헌은 9일 광주 KIA전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을 올리며 팀의 11-4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경찰청을 제대하고 10월 팀에 복귀했으나 실전 감각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꼈던 민병헌은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주전 우익수 경쟁에 활활 불을 지피고 있다.

2006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2차 2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민병헌은 2006시즌 대주자 전문으로 80경기 1할9푼7리 17도루를 기록한 뒤 2007시즌 주전 우익수로 2할4푼4리 3홈런 31타점 30도루(4위)를 기록하며 이종욱-고영민과 함께 두산의 원조 육상부로 활약했다. 베이징 올림픽 상비군에 선발된 후 올림픽 아시아 1차 예선까지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외야수 요원이었다.
당시 김성근 전 SK 감독은 2007 한국시리즈를 돌아보며 “우리 팀 주전 이진영(LG)보다 더 뛰어난 수비력을 갖췄다”라며 민병헌의 외야 수비를 극찬하기도 했다. 기대를 모으며 2008시즌 주전 톱타자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슬럼프와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자리를 잃은 민병헌은 2010시즌까지 백업 외야수로 뛰다 경찰청 입대했다. 경찰청 2년 복무 기간 동안 타격왕 타이틀 1회 포함 평균 3할5푼 이상의 고타율을 자랑했으나 퓨처스리그라는 점에서 저평가되었던 민병헌이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현재 민병헌은 우익수 포지션에서 가장 눈부시다. 5경기에 출장해 민병헌은 4할4푼4리(18타수 8안타, 9일 현재) 1홈런 3타점을 올리며 두산 우익수 주전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베테랑 임재철이 늑골 부상으로 인해 재활군에 있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주전 우익수로 출장하던 후배 정수빈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타격폼. 이전까지 크로스 스탠스에서 컨택에 집중하던 민병헌은 왼발을 약간 들었다 내리며 컨택하는 타격폼으로 바꾸며 원활한 중심이동 타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컨택 능력이 이전보다 떨어지더라도 맞는 순간 날아드는 불러들여 때려내는 느낌으로 타격하고자 한다”라고 밝힌 민병헌. 노리고 있는 공을 확실하게 안타로 처리하겠다는 마음이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좌완 투수 선발일 때 표적으로 나왔으니까. 오른손 투수가 선발로 나왔을 때 공을 보면서 때려낼 수 있도록 해야지요”. 시즌 전 민병헌은 “나는 주전 경쟁에서 후발 주자다. 그러나 빠른 발을 앞세운 플레이는 수빈이보다 잘 할 수 있다”라며 몸을 낮추면서도 더 세게 도약할 수 있다는 진심을 이야기했다. 아직 겸손함을 잃지 않고 더 큰 점프대를 노리는 민병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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