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택현, 구력으로 꽃샘추위 잠재웠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4.10 07: 08

"기록은 의식하지 않는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경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4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의 경기는 추운 날씨, 강한 바람만큼이나 뒤죽박죽이었다. 양 팀이 에러 6개, 안타 22개를 합작했고 경기 중반까지 역전과 재역전이 반복됐다. 체감 기온은 이미 한 겨울 날씨를 찍었고 투수는 투수대로, 야수는 야수대로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데 애를 먹었다.
좀처럼 맥을 짚기 힘든 경기였지만, 결국 승패를 가른 순간은 6회초 LG가 NC의 마지막 추격을 저지했을 때였다. 4회초 순식간에 4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한 NC는 4회말 3점을 내주며 4-6, 2점을 뒤지고 있었다. 물론 5이닝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2점을 뒤집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혹한으로 빈 관중석이 유독 많이 보이는 잠실구장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선 어떠한 변수도 찾아올 것 같았다.

6회초를 맞이해 마운드에 오른 LG의 3년차 신예투수 임찬규는 올 시즌 선발진에 포함된 투수였고 직구 구속도 가볍게 140km를 상회한다. 빠른 공에 대한 경험이 적은 NC 타자들에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임찬규의 등판은 NC에 기회가 됐다. 임찬규는 첫 타자 이현곤을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폭투를 두 번 범하며 무사 3루를 만들고 내려갔다.
이렇게 다시 강하게 요동치던 흐름은 올해 만 42세의 20년차 베테랑 좌투수 류택현의 등장과 함께 잠잠해졌다. 류택현은 이날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과 확연히 달랐다. 완벽한 커맨드 속에서 자기 자신의 투구를 했다. 주구장창 나왔던 연속 볼 세 개도, 폭투나 패스트볼도 잠시 자취를 감췄다.
류택현은 첫 타자 노진혁을 출루시키고 김태군에게 1타점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NC의 파도는 딱 거기까지였다. 1사 1, 2루에서 NC 김종호가 번트에 임하자 스트라이크존을 걸칠 듯 말듯 한 공을 던졌고 김종호는 파울만 반복했다. 류택현은 볼카운트 1B2S에서 절묘한 바깥쪽 커브로 슬래시에 임한 김종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는 1군에서 150경기 이상을 소화한 9년차 차화준, 류택현의 노련함 앞에선 차화준도 문제되지 않았다. 류택현은 직구 슬라이더로 스피드에 변화를 주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고 볼이 되는 커브 두 개를 보여준 뒤 몸쪽 꽉찬 직구로 차화준을 1루 땅볼 처리했다. 통산 1군 420경기에 출장한 조영훈도 매번 구종에 변화를 주는 오프스피드 피칭으로 상대했고 슬라이더로 유격수 플라이를 유도, 1점차 리드를 지킨 채 6회초를 마무리했다.
이날 류택현의 직구 구속은 130km 중반대에 머물렀다. 앞서 등판한 임찬규가 140km 중반대의 공을 던졌으니, 구위만 놓고 보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절대로 결과는 구위와 비례하지 않는다. 류택현의 구력은 신예투수들의 구위를 상회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그 구력은 류택현이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해온 야구에 대한 소중함과 함께 쌓여가고 있다.
류택현은 자신의 최대 장점인 구력에 대해 “2007년부터 타자와 상대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타자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눴고 이에 맞춰 타자들을 공략했다. 예를 들어 당겨 치는 스윙을 하는 타자와 짧게 맞추는 데 중점을 두는 타자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상대했다”며 “다른 팀 경기도 꾸준히 지켜본다. 계속 보다보면 타자마자 헛스윙 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경험이 쌓이면서 나만의 매뉴얼이 생긴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LG는 7회말 2점, 8회말 1점을 더해 승기를 잡았다. 류택현의 이정표인 통산 출장 횟수 또한 845경기가 됐다. 류택현이 내려가고 그라운드에는 다시 안타와 에러가 나왔지만 대부분이 LG쪽에 이득이 됐다.
경기 후 류택현은 “기록은 의식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경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긴 시간동안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강조했다. 그러면서 류택현은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투구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팀 승리에 기여해서 은퇴 전에 가을야구 해보고 싶다”고 올 시즌 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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