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헌신적으로 해야만 팀에 기회가 생긴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이동국(34, 전북 현대)의 발끝이 무섭다. 전매 특허 발리슛 때문이 아니다. 그가 동료에게 밀어주는 패스가 잇달아 골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상대 수비수들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이용, 오히려 허를 찔러 팀에 득점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9일 우라와 레즈(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4차전 홈경기도 그랬다. 이동국은 후반 46분 문전에서 공을 잡았지만, 슈팅으로 이어가지 않았다. 자신을 수비하는 우라와 수비의 수가 적지 않음을 느끼고 뒤에서 쇄도하는 서상민에게 내줬다. 공을 받은 서상민은 즉시 왼발 슈팅으로 이어갔고, 우라와의 골망을 흔들었다. 종료 직전 터진 이 골에 전북은 우라와와 2-2로 비기며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0-2서 2-2를 만든 만큼 전북은 승리한 것과 같은 얼굴이었고, 우라와는 패배한 것과 같은 분위기였다. 이동국은 "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승점 3점을 우라와에 주면 안되는 경기였다. 비긴 것에 만족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경기 시작 후 7분 만에 2골을 내줬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초반에 15분 정도 집중력을 갖고 했더라면 좋은 경기를 했을텐데 빨리 실점을 하다보니 급해서 우리만의 플레이가 흐려졌다. 후반에는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했는데 주효했다"며 "상대도 기회가 많았고, 우리도 많았다. 그에 비하면 골이 나지 않은 경기다. 서로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지난 3일 우라와 원정부터 지금까지 3경기 동안 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이동국은 우라와 원정에서 1골 2도움,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서 1도움, 우라와와 홈경기서 1도움을 기록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동국은 "우라와 선수들이 중앙에서 수비를 두텁게 한 탓에 완벽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나를 향한 밀집수비로 인해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기는 걸 좋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그런 장면으로 동점골이 나왔다. 내가 헌신적으로 해야만 팀에 기회가 생긴다는 다시 느꼈다"고 답했다.
한편 우라와 원정에 이어 홈에서 산책 세리머니를 할 기회를 놓친 점에 대해서는 "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전이었으면 그대로 무너질 수 있었는데, 전북이 이 정도로 올라온 것이 뿌듯하다"며 승점 1점을 소중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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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