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조짐’ 김병현, 넥센에 주는 두 가지 의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10 12: 21

‘핵잠수함’ 김병현(34)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염경엽(45) 감독의 표정도 흐뭇하다. 선발 로테이션이 좀 더 탄탄해지는 효과는 물론 젊은 선수들에게도 귀중한 교훈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공백기를 마감하고 넥센 유니폼을 입은 김병현은 한국 무대 첫 해 부진했다. 19경기에서 3승8패3홀드 평균자책점 5.66에 그쳤다. 김병현의 이름값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역시 공백기 탓에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컸다.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하면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염 감독은 일찌감치 김병현을 선발로 낙점했다. 믿음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염 감독은 전지훈련 당시 “지난해 김병현을 괴롭혔던 제구가 많이 나아졌다. 올 시즌은 확실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라고도 했다.

염 감독의 말은 현실화되고 있다. 김병현은 한결 나아진 제구와 함께 시즌 초반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즌 첫 2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서는 5⅔이닝 4피안타 2실점, 두 번째 등판이었던 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6이닝 3실점이었다. 11⅔이닝 동안 허용한 안타는 6개에 불과했다. 구위와 제구 모두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김병현의 부활 조짐은 팀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요소다. 넥센은 검증된 두 외국인 투수(나이트, 밴헤켄)이 선발진에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국내 선수들은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김병현이 그 몫을 함으로써 숨통이 트였다. 지난해 부진했던 김병현의 성적 향상은 팀 성적 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편으로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측면에도 주목할 수 있다. 염 감독은 9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김병현에 대해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투구 메카니즘이 좋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가장 중요한 근거를 근본적인 부분의 변화에서 찾았다. 염 감독은 “김병현의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마운드에서 싸우려는 것은 여전하다”라면서도 “타자들을 상대하는 방법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힘으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려고 했다면 이제는 강약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있다. 그러다보니 직구가 살아난다. 투수의 볼 카운트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타자들도 직구를 노리고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 자신 있게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면 타자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김병현의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후배들에게도 귀중한 시사점이다. 넥센에는 현재 과도기를 겪고 있는 투수들이 제법 있다. 강윤구(23) 장효훈(26) 김영민(26) 등이다. 이들은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투수들이다. 그러나 제구가 잘 되지 않거나 경기 운영에서 항상 아쉬움을 남기곤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염 감독은 이들이 김병현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길 원하고 있다.
염 감독은 “김병현은 방법만 바꿨을 뿐인데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장효훈도 변화구 구사비율이 높아졌다. 강윤구도 캠프 때부터 많은 것을 바꾸려는 노력을 했었다. 이는 김영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변신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염 감독의 진단이다. 급할 때는 예전 버릇이 다시 나온다고도 했다.
염 감독은 “7~8년을 했는데 안 됐다면 그것은 이미 답을 본 것이다. 그 때는 뭔가 도전하고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젊은 투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 모범을 김병현이 보여줬다. 김병현의 부활조짐을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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