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는 배우 설경구 편을 내보낸 2주간의 방송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의 이혼과 재혼 과정에서 불거진 루머로 인해 네티즌이 극심한 반감을 표시했고, 방송 전 시청 거부 운동을 비롯해 프로그램 게시판에 불편한 감정을 표시하는 글들을 수천 건 게재하며 몸살을 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직접 이 루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방송이 나간 이후에는 네티즌 반응에도 변화가 생겼다. “결과론적으로 짜맞춰진” 루머로 틀린 부분이 많다는 해명과, 그로 인해 당사자가 겪은 극심한 마음고생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 굳건했던 낙인에도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전히 반감을 보이는 네티즌의 반응이 있지만, 누군가에겐 다른 생각을 하게끔 할 여지가 ‘힐링캠프’를 통해 생긴 셈이다.
설경구의 ‘힐링캠프’ 출연은 오직 이 루머에 대한 해명 때문이었다. 작품 홍보를 위해 토크쇼에 출연하는 여타 배우들과 달리 그는 작심한 듯 루머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밝혔고, 목적이 있었던 그의 출연은 그 자체로 진정성을 담보한다. 그리고 자신을 내려놓고 임한 방송에 대해서는 소수일지언정 시청자도 반응한다. 토크쇼 위기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 같은 예는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 시청률을 가져갈 수 없다면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방송이라는 평가라도 얻어야 한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토크쇼에 출연하는 스타의 진솔함이다. 이 같은 모습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닌 기본 전제다.

토크쇼를 연출하는 한 제작진은 최근 OSEN에 “출연자가 어떤 고민을 안고 프로그램에 나오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시대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았던 방송에 대해 왜 그랬을까 훨씬 더 많이 고민하게 되는데, 분석해 보면 결국 출연자가 내놓은 고민이 진짜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겉치레에 불과한 고민은 이제 시청자에게 외면당하는 시대고, 출연자가 그런 고민을 가져올 경우 설득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진짜 고민을 가져와 괜찮은 반응을 얻었던 케이스로는 SBS 여행버라이어티 ‘땡큐’에 방송인 오상진이 출연했을 때도 꼽을 수 있다. MBC를 퇴사하고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막 현장에 나온 그는 지난해 170일간의 노동조합 파업을 겪으며 얘기치 않게 구설에 오르고, 또 그 과정에서 1년3개월 동안 방송활동을 못했을 때 느낀 심적 고통을 털어놨다. 특히 MBC라는 거대 조직을 떠나 에이전시 업무를 맡아줄 회사 하나만을 끼고 필드에 나온 두려움을 산악인 엄홍길, 배우 차인표, 가수 은지원에게 적극적이고도 가감 없이 상담하는 모습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힐링 방송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결국 시청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건 여러 경로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연예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진솔한 고백과 거기에서 오는 고민을 용기 있게 고백하느냐다. 한 꺼풀 씌워 실체를 감추거나, 자기 유리한대로 에둘러 접근했다가는 본전도 뽑지 못한다. 눈감고 아웅 하는 식으로 다 알고 있는 사실에 꼼수를 부렸다가는 비난의 융단폭격이 날아온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연예인 스스로가 자기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현실적인 눈 또한 수반돼야 한다.
출연 연예인에게만 진짜 고민이 요구되는 건 아니다. 제작진 역시 시청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감싸주기나 이미지 세탁용 방송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민감한 사안에 대해 팩트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담백함이 필요하다. 과다한 자막이나 감성적인 BGM 사용 등은 오히려 출연자에게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랫동안 공들여 어렵게 섭외했다는 고생담에서 벗어나 출연 연예인의 진짜 모습을 시청자가 만날 수 있도록 그때부터 또 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게 제작진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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