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침착함, 넥센 고질병 끌어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10 21: 02

넥센의 젊은 투수들은 풍부한 잠재력으로 무장해있다. 대부분 빠른 공을 던진다. 선천적인 재능의 크기만 따지면 9개 구단에서도 손에 꼽을 만할 정도다. 그러나 항상 문제는 제구였다. SK의 경험 많은 타자들은 한 번 흔들린 넥센 투수들의 손끝을 놓치지 않았다.
넥센은 1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7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0-9로 졌다. 2경기 연속 영봉패의 빌미를 제공한 답답한 타선도 문제였지만 승부처에서 볼넷 남발로 자멸한 것이 뼈아팠다. 전지훈련에서 ‘볼넷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제구력 다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던 넥센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는 선수들의 심장은 벤치를 답답하게 했다.
경기는 SK 선발 조조 레이예스와 넥센 선발 김영민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러갔다. 6회까지 두 팀의 점수는 ‘0’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승부처는 7회였다. SK는 최정의 2타점 2루타와 대타 조성우의 3점 홈런을 묶어 대거 5득점, 0의 균형을 깼다. 점수를 올린 것은 최정과 조성우의 방망이였지만 그 과정을 만든 것은 SK 타자들의 눈이었다. 넥센 마운드는 이 집요함에 흔들리며 무너져 내렸다.

선두 조인성부터가 출루에 최대 주안점을 두고 신중하게 공을 골랐다. 넥센 선발 김영민은 이날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은 없었으나 기본적으로 제구가 아주 좋은 투수는 아니다. 조인성은 볼카운트가 0-2로 몰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고 결국 연속 볼 4개를 골라내며 출루했다. 최상의 결과였다.
조인성을 잡아내지 못한 김영민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속타자 김강민에게도 고전했다. 희생번트 자세를 취한 김강민은 배트를 빼는 동작을 반복하며 김영민을 흔들었다. 노련함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김영민은 볼 3개를 던지는 등 승부처에서 애를 먹었다. 결국 강공 전환 때 내야땅볼을 유도하긴 했지만 대주자 박승욱이 2루까지 가기에는 충분한 타구였다.
한계투구수에 다가갈수록 제구가 흔들린 김영민은 결국 다음 타자 정근우에게도 초구에 볼을 던졌다. 넥센 벤치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고 한현희가 김영민을 구원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한현희도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특히 정근우에게 던진 공이 크게 빠지며 몸에 맞은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었다. 결국 한현희는 다음 타자 이명기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최정도 끈질겼다. 볼카운트가 0-2로 몰렸으나 침착하게 한현희의 공을 커트해냈다. 파울만 세 개였다. 결국 한현희는 카운트를 잡기 위해 무리한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었고 최정은 이를 놓치지 않고 침묵을 깨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분위기는 SK 쪽으로 넘어왔고 박성훈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긴 조성우의 대타 3점 홈런은 쐐기포였다. 승부는 SK가 넥센의 약점을 끌어낸 7회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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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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