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팔로 공을 던졌으나 사실 영상 6도 밖에 되지 않는 쌀쌀한 날씨였다. 그런데 포심 최고 154km, 싱커 최고 152km의 광속구로 위력을 과시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끌려가던 타선도 만루에서 어렵게 리드를 따냈으나 믿었던 동료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다. KIA 타이거즈의 2년차 외국인 우완 헨리 소사(28)가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으나 위력적인 광속투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소사는 10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⅔이닝 동안 6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4개)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시즌 2승 째를 목전에 두고 9회초 2사에서 경기를 매조지러 나선 앤서니 르루가 양의지에게 중월 솔로포를 허용, 2승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공 120개를 던지는 역투 속 자기 몫을 확실히 하며 추운 날씨 속에서도 자신의 장점인 빠르기를 유감없이 뽐낸 소사다.
2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치던 소사는 3회초 허경민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2루 도루 허용 등으로 2사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종욱을 볼넷 출루시키는 과정에서 소사의 공이 뒤로 빠졌고 그 사이 3루에 있던 허경민이 홈을 밟았다. 소사가 피안타 하나 없이 선실점한 순간이다.

팀이 3회말 이용규의 좌중간 1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소사는 다시 한 점을 내주며 리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4회초 선두타자 민병헌에게 좌익수 키를 넘는 2루타를 내주는 등 1사 3루로 몰린 소사는 홍성흔에게 우중간 1타점 안타를 허용했다. 소사의 2실점 째다.
호투를 이어가던 소사는 팀이 7회 3득점 역전에 성공한 뒤 8회초 2사 후 김현수에게 좌익수 방면 안타, 홍성흔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1,2루 위기 속 마무리 앤서니 르루에게 바통을 넘겼다. 앤서니는 오재원을 헛스윙 삼진처리하며 8회초는 넘겼으나 9회 2사에서 양의지에게 중월 동점 솔로포를 내주고 말았다. 소사의 승리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날아갔다.
이날 소사의 투구 분석표는 영상 6도에서 던진 것이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대체로 투수들은 추운 날씨에서 던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손가락 말단 감각이 추운 날씨로 인해 무뎌지고 따라서 주무기 구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근육 파열 등 부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운 날씨는 특히 투수들에게 어려움을 준다.
그러나 소사는 아랑곳없이 자기 공을 유감없이 던졌다. 포심 최고 154km에 역회전되는 싱커 최고 구속은 무려 152km. 더운 날씨에서 156km의 싱커도 구사한 소사는 20도 넘게 낮은 기온 속에서도 광속구 특화 투수임을 알렸다. 최고 131km의 파워커브는 물론 슬라이더도 142km까지 계측되었다.
8회초 소사는 자신을 교체하려 마운드에 오른 조규제 투수코치에게 “괜찮다”라는 의사를 표한 뒤 덕아웃을 바라봤다. 덕아웃에서는 그런 소사가 기특한 지 “더 던지게 하라”라는 의사를 표했다. 10도 미만의 쌀쌀한 날씨에서도 광속투는 물론 불꽃 근성까지 보여준 소사였다.
farinelli@osen.co.kr
광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