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9인 거취] 강등과 잔류, 승격과 이적 '인생극장'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3.04.11 06: 59

길었던 시즌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별들의 전쟁을 지켜보는 팬들에게 있어서도 유난히 흥미진진하고 또 가슴 아팠던(?) 올 시즌, 우승의 기쁨 대신 강등의 아픔을 목전에 둔 해외파 9인의 거취를 짚어본다.
▲ EPL : 답이 없는 QPR, 그리고 박지성과 윤석영
2012-2013시즌은 유럽 리그 무대에서 뛴 해외파 선수들에게 있어 유달리 혹독한 시즌이었다. 특히 박지성(33, QPR)에게는 더욱 그렇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로 이적했지만 팀의 현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개막전부터 0-5 대패를 당하더니 16경기 연속 무승으로 EPL 역대 시즌 개막 후 최다 무승 기록까지 경신했다. 박지성은 선발과 교체, 그리고 결장을 반복하며 불안한 시즌을 보냈고 6경기를 남겨둔 지금도 리그 19위를 맴돌며 강등 후보 1순위로 손꼽히고 있다.

박지성은 당초 QPR에서 2~3년을 더 뛰고 은퇴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팀이 강등되면 그마저도 녹록치 않을 듯하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강등되면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강등 후 이적이 유력시된다. 박지성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MLS는 이영표(36,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뛰고 있는 무대기도 하다.
윤석영(23, QPR)은 더욱 답답한 처지다. 11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 영국 무대에 진출한 윤석영은 아직데뷔전도 치르지 못했다. 이적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 팀이 강등되더라도 잔류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김보경(24, 카디프시티)이나 이청용(25, 볼튼)처럼 다음 시즌 승격 드라마를 쓰는 것이 가장 기대해 볼만한 스토리다.
▲ 분데스리가 : 침몰하는 아우크스부르크, 그리고 구자철과 지동원
구자철(24)에 이어 지동원(22)까지 임대영입하며 강등권 탈출의 희망을 봤던 아우크스부르크가 급격히 침몰하고 있다. 아우크스르크는 6일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2-4로 패했다. 이로써 아우크스부르크(승점 24)는 17위 호펜하임(승점 23)에 불과 승점 1점차로 따라잡혔다. 15위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승점 29)와는 승점 5점차. 16위~18위가 강등권으로 분류되는 분데스리가에서 16위 팀은 2부리그 3위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 이겨야 1부리그에 잔류할 수 있다.
문제는 구자철의 부상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에서 옆구리 근육 부상을 당한 구자철은 최소 6주 판정을 받고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에이스가 빠진 상황에서 지동원 홀로 팀을 구하기는 벅차보인다. 그나마 구자철의 경우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맹활약하며 눈도장을 찍어둔데다 임대 기간 종료 후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지동원은 원 소속팀인 선덜랜드마저 강등의 위기에 놓여있어 진퇴양난이다.
▲ 프리메라리가 : 위기의 셀타 비고, 풍전등화 박주영
박주영(28)은 아쉬움이 더욱 클 것 같다. 아스날에서 벤치를 지키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셀타 비고로 이적했을 때만 해도 기대와 설렘이 있었지만 시즌이 마무리되어가는 지금은 앞이 막막하다. 이아고 아스파스가 4경기 출장 정지를 받으며 선발과 교체, 벤치를 전전하던 박주영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듯 싶었지만 2경기 만에 언론의 비난에 직면했다.
바르셀로나전과 라요 바예카노전을 마친 후 박주영에게 쏟아진 현지 언론의 비난은 가혹했다. 박주영의 영입을 '실패작'으로 취급하고 있어 아스파스 없이 치를 남은 2경기서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울 정도다.
셀타 비고는 현재 리그 19위(승점 24)로 17위 레알 사라고사(승점 27)와 승점 3점차다. 물론 다음 2연전이 같은 강등권에 있는 마요르카와 레알 사라고사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충분히 드라마를 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남은 경기서 박주영이 맹활약하며 팀의 강등을 막는 인상 깊은 드라마를 쓰지 않는 이상, 박주영의 거취는 한없이 불안하다. 아스날과 셀타 비고를 거치며 깊은 인상을 싶어주지 못한 이상, 이적도 녹록치만은 않아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다.
▲ 잔류, 혹은 승격 : '안정권' 기성용, 손흥민과 돌아오는 이청용, 그리고 EPL 데뷔 김보경
스완지 시티에서 뛰는 기성용(24)을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 한국팬들의 위안거리다. 기성용은 팀에 무리 없이 녹아들며 주전 멤버로 입지를 굳혔고,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의 눈도장도 확실히 받았다. 현재 리그 9위를 순항중인 스완지 시티는 캐피탈 원 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권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손흥민(21, 함부르크) 역시 안정권이다. 함부르크는 리그 11위(승점 38)를 유지 중이고, 손흥민은 부실한 함부르크의 공수 밸런스 속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며 유럽 명문 클럽들에 눈도장을 받아놨다. 시즌 중에도 다수의 빅클럽과 연결되며 떠오르는 스타로 거듭난 손흥민의 경우, 리그 잔류는 물론 긍정적인 이적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블루드래곤' 이청용의 복귀도 관심사다. 지난 시즌 장기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하며 볼튼이 강등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이청용은 올 시즌 챔피언십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승격 드라마를 쓰고 있다. 지난 울버햄튼전 승리로 승점 60점을 만든 볼튼은 리그 8위를 유지했다. 6위까지 주어지는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에 한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7위 레스터 시티와 승점이 같고 6위 브라이튼 호프&알비온(승점 62)보다는 승점 2점이 적을 뿐이다. 남은 5경기 성적에 따라 볼튼이 다시 EPL에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는 셈이다.
김보경은 사정이 더 낫다.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 챔피언십 무대에 진출한 김보경은 사실상 다음 시즌 EPL에 데뷔할 수 있게 됐다. 김보경의 소속팀인 카디프 시티는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승점 80점으로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3위 왓포드(승점 71)와는 승점 9점차. 챔피언십은 리그 1~2위가 자동승격되기 때문에 사실상 카티프 시티의 승격은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떠나야할 이, 남아야할 이, 돌아오는 이, 그리고 도전하는 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 자릿수 경기만을 남겨둔 올 시즌 유럽 리그에서, 해외파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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