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차 배우 권상우 "고민이 많아졌다" [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4.11 07: 27

배우 권상우에게 드라마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광)은 묘한 작품이다. 25.8%라는 높은 시청률에 화제성면에서도 최고 수준을 달렸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건 작품의 낮은 완성도에 후반부 권상우가 연기한 하류 캐릭터의 존재감 실종이 뼈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월여 동안 후회 없이 달렸고, 얻어간 것만 기억하기로 했다. 아직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그건 다음 작품을 위해서일 거다. 데뷔 13년차 해가 갈수록 고민이 많아지는 배우 권상우의 필모그래피에 어찌됐든 ‘야왕’이 하나 더 추가됐다.
◆ “하류는 있었지만 차재웅은 없었다”
 

- “하류가 진짜 하류가 돼 간다”는 팬카페 글이 화제가 됐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힘들어하는 데 이번 작품 촬영이 겨울에 진행됐고 대본이 늦게 나왔다. 하지만 그것보다 힘든 건 내가 없어도 ‘야왕’이 진행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힘이 빠졌던 것 같다. 24부작 정도 작품을 하다 보면 중간에 그런 느낌이 오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작품 끝나고도 쉬고 싶다는 느낌 보다는 또 다른 작품에 어서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 ‘야왕’은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나?
“시청률이 안나오면 그와 관련된 고민을 했을테지만 여하튼 성공이라고는 생각한다. 시청률은 관심의 표현이니까. 하지만 시청률에 비해서는 배우가 잘 안 보였던 작품 같다. 개운하지는 않은 편이다. 하류는 잘 보였던 것 같은데 차재웅이 잘 보이지 않았다.”
- 어떤 점이 특히 그랬나?
“작품 중반 이후부터 하류 이야기가 없었다. 그때부터 답답했다. 하류가 어느샌가 전 신에서 했던 이야기를 설명하는 수준에서만 등장하고 있더라. 그걸 보면서 내가 없어도 되겠구나 싶었다.”
- 촬영도 생방송 수준으로 유명했다
“배우들 중에는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분들도 계시지만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진짜 내가 현장에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게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다. 시청자 반응도 바로바로 들을 수 있고 어떤 쾌감이 분명히 있다. 마지막 회에 등장한 하류가 다해(수애 분)와 좋았던 시절 같이 살던 집에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촬영이 밤 9시20분에 끝났다. 집에 가면서 방송되는 걸 봤다.”
- 결말은 마음에 드나?
“엔딩을 보고 이걸로 위안 받아야지 싶었다. ‘야왕’이 결국은 사랑이야기다 보니 엔딩에 그런 모습이 녹아들기를 바랐다. 미워했지만 사랑의 감정이 바탕이었으니까. 하류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다해와 은별이와 함께 살던 그곳이었다.”
- 수애와의 호흡은?
“아시겠지만 얼마나 스트레스가 컸겠나. 제일 수고 많았던 배우다. 만약 연기를 못했다면 욕만 먹었을텐데 수애 때문에 드라마 봤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걸 보면서 수애라는 배우가 가진 힘이 있구나 싶었다.”
- 호스트 선택에 대해 호불호가 갈렸다.
“극중 하류의 선택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호스트가 되는 선택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아웃사이더가 된 느낌을 받는다”
 
권상우는 지난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올해 데뷔 13년차를 맞았다. 그 사이 ‘천국의 계단’, ‘슬픈 연가’ 같은 작품을 통해 한류스타의 입지를 다졌고,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도 쌓았다. 최근에는 중화권으로 진출해 성룡과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을 촬영하고, 장백지와 ‘그림자 애인’에 함께 출연하는 등 아시아권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필모그래피가 화려하게 채워지고 있지만 그와 함께 고민도 함께 자랐다. 권상우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이 쉽게 느낌표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 결혼 이후 묵직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한다
“어떤 역할이 나한테 맞는지가 고민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가 김윤석이나 황정민 같은 배우가 될 수는 없고, 조인성이나 강동원 같은 배우가 될 수도 없다. 나만의 독자노선을 가야 하는 데 그게 뭔지를 잘 모르겠다. 애매한 나이 같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분명히 있는데 그걸 어떤 작품을 통해 보여드려야 할까 싶은 거다. 너무 트렌디한 작품이나 작가주의적인 작품도 내가 하기엔 미스가 날 것 같고... 나는 어떤 배우인가에 대한 고민이 쌓여간다.”
- 그렇다면 하고 싶은 장르는 뭔가?
“진짜 웃긴 코미디물이나 아무도 못 따라할 수준의 액션 영화를 하고 싶기도 하다. 액션은 꽤 해서 그런지 요즘엔 무술감독님과 상의해서 합을 짜는 수준이다. 누가 봐도 대역을 안 쓴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 코믹이나 멜로, 액션 등 각 장르마다 조금씩은 하는 것 같은데 대표작은 없다. 아쉽다.”
- 아쉽고 갈증을 느낀다는 말을 내내 하고 있다
“요즘 들어 나는 아웃사이더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영화인들이나 드라마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도 없는 것 같고 배우들끼리 의사소통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얼마 전에 편성을 단박에 따낼 수 있는 배우에 관한 기사가 났었는데 거기 내 이름이 없더라. 그런 것에서도 왠지 소외감을 느끼고, 드라마는 잘 됐는데 관계자들은 날 선호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왜 그런 느낌을 받을까.
“예전에는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 주고 싶은 배우를 묻는 설문조사 같은 것에 이름이 들어가곤 했는데 결혼을 해서 그런지 이젠 그런데서 제외되더라. 작품은 반응들이 꽤 좋았던 것 같기는 한데 나 스스로는 소외되는 느낌이다. 어떤 작품으로 다가가야 대중들이 좋아할까에 대해 고민이 생긴다.” 
- 그렇다면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다. 데뷔 때 농담처럼 10년만 열심히 하고 삼십대에 배우생활을 그만두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은 금방 가더라. 여기서 또 다시 10년이 흐르면 그때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집에선 룩희와 싸움놀이를 한다”
 
권상우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다섯 살난 아들을 키우는 아빠이기도 하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아들 룩희 군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권상우는 ‘야왕’으로 인해 아들과 놀아주지 못한 지난 몇 개월의 시간이 그저 미안할 뿐이다.
- 평소 집에선 어떻게 지내나?
“아내랑 같이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이후엔 인근에서 커피를 마신다. 시간 되면 또 룩희를 데리러 가는, 아이를 등하교 시키는 게 일이다. 아이 유치원이 청담동에 있는데 요즘은 룩희가 많이 컸다고 갤러리아 백화점에 초콜릿을 사러 가자고 말한다.”
- 작품 끝났으니 아이 등하교시키는 일이 시작됐겠다
“몇 달 동안 룩희랑 놀아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야왕’ 촬영 할 때 내가 목요일에 집에서 나가 화요일에 돌아오곤 했다. 아이가 화요일만 되면 아빠 오는 날이라고 밖에 가서 자랑했다고 하더라. 집에서 룩희랑 놀아주는 방법이 있는데 같이 달리기 해주고, 싸움놀이 세 판에 숨박꼭질 하면 된다. 이후에 만화영화 ‘호빵맨’을 틀어주면 그렇게 잘 볼 수가 없다.”
- 좋은 남편에 아빠 같다
“가정에 대한 고민은 없다. 지금처럼만 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아이가 커가고 아버지이기도 한만큼 열심히 일해서 아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빠와 배우가 되고 싶다.”
- 둘째 계획은 없나?
“내년에 낳으면 좋다고 하더라. 요즘 룩희가 혼자 노는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둘째 계획은 있다. 딸이면 좋을 것 같은데 왠지 아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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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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