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BS와 두 베테랑의 아리랑 투구술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4.11 10: 40

느림의 미학인가.
KIA가 지난 10일 광주 두산전에서 시즌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했다. 3-2로 앞선 8회 2사후 등장한 소방수 앤서니가 9회 2사후 한 타자를 남겨놓고 동점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KIA는 연장 12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안타로 이겼다. 시계를 되돌리면 승리의 원동력은 최고령 투수 최향남과 유동훈의 호투덕택이었다.
최향남은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로 탈삼진 3개를 곁들여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뒤를 이은 잠수함 투수 유동훈도 12회 병살을 포함해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 투수가 3이닝을 막아냈고 결국 연장 12회 끝내기 승리를 이끌어냈다.

최향남은 130km대의 직구에 불과했지만 볼끝의 변화와 빠른 템포, 정교한 변화구까지 다양한 투구술로 두산 타자를 막았다. 유동훈은 커브와 싱커로 두산 타선을 솎아냈다. 이들이 상대한 타자들은 모두 10명. 이틀연속 결정적 홈런을 때린 양의지, 1차전에서 홈런아치를 그린 고영민과 이종욱도 들어있었다.
선발 소사와 소방수 앤서니는 파워직구를 보유하고 있다. 승부처에서 강력한 직구 구위를 앞세워 승부에 들어간다. 그러다 간혹 장타로 연결되는데 앤서니는 이날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2사후 볼카운트 2-2에서 149km짜리 직구를 한복판에 꽂아넣다가 그대로 동점홈런을 맞았다.
관건은 역시 제구력에 있었다.  낮게 제구가 된다면 홈런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틀동안 두산타자들은 KIA 투수들을 상대로 터트린 4개의 홈런이 모두 높거나 한복판으로 몰리는 직구였다. 반대로 최향남과 유동훈은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었지만 낮은 제구와 타이밍을 뺏는 투구, 변화구로 3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다.
물론 두산 타자들이 소사와 앤서니의 최고 154km짜리 볼을 상대하다 궤적이 다른 두 베테랑의 아리랑 볼에 주춤한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아리랑 볼이 지금 KIA 불펜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향남은 5경기에서 3홀드, 방어율 1.50, 유동훈은 4경기 1승, 방어율 제로이다. 느려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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