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은 영화 '파수꾼' 때부터 이제훈과 함께 주목받은 신인 배우다. 개성 강한 마스크에 조용히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가 '어떤 배우일까'라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런 그가 지난 10일 개봉한 '전설의 주먹'을 통해 첫 상업영화에 데뷔했다. 역할은 주인공 임덕규(황정민)의 청소년 시절을 연기하는 아역. 스스로 부담감과 책임감 때문에 "피말리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 만큼 달콤한 칭찬도 돌아왔다.
"이 역은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열심히 준비 했어요.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집 앞 초등학교에 가서 연습했죠. 구석에 가면 사람이 없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대사를 소리지르며 연습했어요. 남이 봤으면요? 미친사람인 줄 알았겠죠. 하하."
오디션 1, 2, 3차를 볼 때 까지만 해도 안 될 것 같았다고. 워낙 치열했던 경쟁률 때문이다. "나는 항상 희망보다는 절망으로 시작하는 사람이라 각오를 했었어요. 그래야 충격이 적으니까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4, 5차까지 가니까 '아, 열심히하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피를 말렸어요. 마지막에 강우석 감독님이 하자고 하셨을 때도 된 게 정말 된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영화에 아역이 첫 등장하는, 체육관에서 연기하는 장면이 실제 촬영의 첫 신이었다. 당시 정말 심장이 터져버리는 것 같았다는 그다. 강우석 감독의 카리스마에 크게 혼난 적은 없지만 강 감독에게 무서움도 느끼고, 동시에 무한 신뢰도 가졌다. 스스로 강 감독을 '짝사랑했다'라고 표현했다.
"내가 감독님을 짝사랑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감독님만 믿고 가자는 주의였어요. 사실 감독님께서 나를 조금 좋아해주신 것도 같았어요. 하하. 무조건 감독님을 믿고 가야 후회를 안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워낙 스케일이 큰 영화라 내공이 부족한 저로서는 오로지 감독님 말만 따랐어요.

박정민은 지금까지 본인이 했던 연기와 이번 작품 속 연기는 많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촬영장에서 대본을 꼭 따라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단다. "대본를 내 말투로 바꾸는 스타일이었어요. 하지만 감독님은 딱 정해진 대로 하시길 원했죠. 그게 맞았고요. 감독님이 배우에게 기본적으로 발음이 되게 중요하다고 하시더라요. 그게 정말 맞는 말이거든요. 사실 화술, 발음이 배우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그랬고 연기하는 젊은 연기자들이 굉장히 그 부분을 간과하고 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제가 그 동안 기본을 안 챙기고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쳤죠."
그는 이어 "기본이 된 다음 대사를 갖고 놀아야하는데 그저 뭔가 튀기 위해서 '잘 해보이는 것' 처럼 노력하는 것들은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좋은 기본이 있어야 하죠. 그래서 강우석 감독님은 진짜 중요한 것과, 무엇을 가져가야 할 것인지를 정확히 캐치하게 해 주셨습니다." 오글거리고 익숙하지 않은 대사들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은 순간이 왔단다.
소속사 수장인 배우 황정민에게 처음으로 면전에서 칭찬받았다고. "영화 시사를 마치고 끝나자마자 처음으로 잘했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감동받았어요. 뵌 지 2년 정도 됐는데, 그런 말은 처음 들었거든요. 제가 정민 형님 아역이니 표정이나 이런 걸 많이 살펴봤어요. 왼손을 사용하시니, 저도 왼 손으로 밥먹고 뭘 집는다던지 하는 부분을 신경썼습니다. 연기를 워낙 잘하시는 분이니까 제가 그런 것들이라도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았어요."
"황정민처럼 되고 싶냐"는 말에 그는 "황정민 형님보다 더 잘되고 싶다"라는 솔직한 바람을 드러냈다. "엄마랑 약속했어요.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고. 엄마랑 싸우다가 그 얘기를 나왔거든요. 엄마랑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했어요. 정말 최고가 되야 할 거 같아요.
"임덕규가 올림픽 출전을 앞둘 만큼 실력 있는 복싱선수이기에 그는 훈련에서 온 몸을 던졌다. 3달 동안 매일 아침 9시애 일어나 11시까지 헬스, 그 다음에 1시간 반 복싱, 이후 파주에 있는 액션스쿨을 가서 오후 5, 6시까지 훈련한 다음, 집에 와서 대본을 보는 게 그의 일과였다. 개인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고. "정말 지옥같았어요. 액션스쿨로 가는 자유로가 지옥문 같았어요. '가면 또 얼마나 힘들까'라고 생각하고 가도 정말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영화를 보니 뿌듯해요. 정말 많이 연습해서 저도 조금은 잘해낸 거 같습니다. 하하."

실제 학창시절이 궁금했다. 중학생 때는 말 없이 공부하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하지만 마음 속에서 뭔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 내 모습이 너무 힘든 나머지 시골로 가서 기숙사 학교를 다녔어요. 고등학교 때는 무척 활발해졌고 가요제에 나가 노래도 불렀죠. 그렇게 180도 변신했어요." 원래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소심한 애가 연기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뭐라고 할까 두려움도 가졌다. 하지만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극단에 들어가서 무대에 서고 싶었다. 2005년도 고려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망 때문에 자퇴한 후 한국예술종합교에 진학해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함께한 배우들과 많이 친해졌다고. 4명의 신인배우들은 또래인만큼 굉장히 돈독해졌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긴장과 부담의 연속이었다. "감독님이 워낙 거장이시다 보니 우리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열심히 안 하면 놓쳐버릴 것 같았어요. 그것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했죠. 위로 한 살 아래로 한 살 그러니까 친해졌다. 다 캐릭터가 다 달라서 만나면 엉망진창이다"라고 말했다. "불꽃 튀었겠다"란 말에 "당연하다"라며 "다들 말은 안했지만 마음은 다 있었다. 잡아먹히면 안 된다는 생각. '파수꾼 '때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덧붙였다.
개성파 얼굴. 드라마 오디션때는 번번히 '못생겼다'는 말을 듣는다고. "기분 안 좋지 않아요. 못생겼다고 해도 내가 정상에 서서 최고가 된다면 미의 기준이 날 따라올 거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아무리 못생겼다고 해도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2013년 계획을 물었다. "움츠려 있었는데 2013년엔 독기 한 번 품고 열심히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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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