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붐이 상당부분 꺼지면서 가요계에 비장미가 흐르고 있다.
지난해 '흘러넘쳤던' 투자 자금이 말라가면서, 사실상 "이번에도 안되면 해체한다"는 각오로 나서는 팀들이 속출하고 있다. 초기 투자금은 거의 다 썼는데, 손익분기점 달성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꽤 많은 팀들이 사생결단의 상황에 직면했다.
가요계에 자금이 많이 투입된 건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K-POP이 해외에서 시장을 개척하는데 성공하면서, 이를 겨냥한 새로운 그룹들이 다수 생겨났다. 가요계 외부에서부터의 투자도 활발해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한 사례가 많았으나, 이 비용은 지난 2~3년 데뷔를 준비하고 싱글 혹은 미니앨범 2~3개를 내는데 모두 소진되고 만 상태다.
대형 그룹의 경우에는 론칭에 25억원 가량이 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소형기획사에서 아무리 긴축 정책을 펼친다 해도 10억여원으로 세 번 이상의 컴백을 감당하긴 쉽지 않은 것. 일부 보이그룹은 일본에서 활로를 찾았고, 일부 기획사는 음원형 가수를 따로 확보하면서 자본의 순환을 기대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든 수익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 신예 보이그룹의 관계자는 "다행히 일본에서 반응이 없진 않아서, 국내에서의 상당한 적자를 일본 수익으로 겨우 메우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잘 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일본 활동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래도 보이그룹은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일본 시장에서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걸그룹은 상황이 더 안좋다"고 전했다.
한 신예 걸그룹 관계자도 "올해를 기점으로 많은 팀들이 생사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 이상 투자가 원활하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많다. 누가 얼마나 더 버티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K-POP은 현재 정체기를 맞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 일부 대형 가수들을 제외하고는 특정 팬층을 '나눠먹기'하고 있는 양상이라, 전체적인 파이가 더 커질 것이냐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컴백을 앞둔 한 가수는 "사실 많이 조급하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생각으로 컴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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