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타자 김문호, 멀고 먼 '닮은 꼴' 전준호의 길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4.11 17: 39

"제가 입단할 때부터 전준호 선배님 닮았다는 이야기 들었는걸요."
한 사람이 나가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야구다. 얼마나 공백을 메우느냐는 후임자의 기량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매일 저녁이면 야구가 시작하고 1번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다.
롯데 자이언츠는 김주찬을 잃은 대신 김문호를 얻었다. 사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김문호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좌익수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었고, 장타력이 있는 김대우나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친 박준서가 오히려 김문호보다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김문호는 신들린 타격감각으로 단숨에 좌익수 자리를 꿰차고 톱타자까지 노리고 있다. 김문호는 현재까지 전 경기에 출장, 타율 4할5푼(20타수 9안타) 4타점 4득점 2도루를 기록 중이다. 팀 내 타율 1위이고 출루율도 5할7푼7리로 1번타자로 손색없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2006년 입단한 김문호는 고교시절 천재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프로 입단 후에는 NC 전준호 코치와 닮은 꼴인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롯데는 전 코치가 1997년 팀을 떠난 이후 그만한 실력을 갖춘 외야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전설 가운데 한 명인 전 코치는 프로 19년 동안 통산 타율 2할9푼1리 2018안타 550도루를 기록한 대도(大盜)다. 도루는 통산 1위를 굳게 지키고 있으며 2009년에는 역대 두 번째로 2000안타를 돌파한 선수가 됐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김문호와 전 코치가 닮지 않았냐는 질문에 껄껄 웃더니 "둘이 별로 안 비슷하다. 이국적인 얼굴은 맞는데 문호가 전 코치보다 훨씬 덩치가 크지 않냐. 문호가 1번 자리에 정착만 한다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김문호는 신들린듯 출루하고 있지만 그만큼 주루사도 많다. 도루성공 두 번에 실패도 두 번, 여기에 견제사도 두 번이나 당했다. 한참 야구가 안 될때였으면 주루사를 당하고 자신감도 꺾였겠지만 지금은 여전히 리드폭을 넓히고 공격적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
김문호는 이제 막 껍질을 깨고 나온 신예고 전 코치는 프로야구 레전드다. 둘을 기량을 놓고 직접적으로 비교를 하는 건 시기상조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닮은 외모와 발빠른 외야수, 그리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는 사실이다. 레전드와 얼굴이 닮은 것도 큰 인연, 기량까지 닮고자 한다면 아직 할 일이 많은 김문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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