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서 513승 째. 그러나 신생팀 감독으로 얻은 승리는 처음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인 만큼 감독은 천신만고 끝 얻은 1승을 더욱 귀중하게 여겼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의 ‘어려웠던 1승’은 의미가 컸다.
NC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 경기에서 4-1로 승리, 8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선발 투수 이재학은 6이닝 무실점으로 NC 프랜차이즈 첫 선발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학은 140km를 상회하는 직구와 낙폭이 큰 체인지업, 예리한 슬라이더를 앞세워 LG 타선을 봉쇄했다.
타선에선 조영훈-차화준-김태군이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수비진이 실책 없이 집중력을 발휘하여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시즌 전적은 1승 7패(11일 현재). 시범경기에서 새내기 답지 않은 뒷심으로 돌풍을 예고했던 NC는 앞선 7경기 동안 1군 무대의 쓴맛을 느낀 뒤 고진감래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김 감독은 “1승의 귀중함을 느꼈다. 선수들이 모두 집중해서 좋은 수비를 보였고 벤치도 집중해서 좋은 분위기였다”라며 “그동안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믿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두산 부임 초중기 약체 평가를 뒤집으며 지도력을 발휘했던 김 감독에게도 신생팀 수장으로서 얻은 1승은 뜻깊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창단된 팀(전신 OB)이었다. 김 감독의 입봉 연도는 2004년. 선수단 세대교체 및 스타 플레이어의 이적으로 선수층이 얇아지기는 했으나 22년 간 구축된 팀 컬러가 있던 기존 팀이었다. 이전부터 난관을 겪고 경험을 쌓은 팀이었던 데다 김 감독은 그 팀의 창단 멤버였다.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 매뉴얼이 있던 팀이다.
그러나 NC는 다르다. 프리에이전트(FA)로 이호준과 이현곤이 가세했고 8개 구단 특별지명 등으로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가세하기는 했으나 과반수가 1군 무대를 사실상 처음 경험하거나 아예 밟아보지 못했던 신예들이다. 애교를 글로 배운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듯 글과 말로 ‘1군 풀타임 시즌은 이렇다’라는 것을 100% 알 수는 없다. 부딪히고 지는 경기도 펼치면서 팀의 색깔을 찾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NC는 그 과정에서 1승을 얻기까지 7패의 수업료를 지불했다. 수비진의 실수가 잇달아 나오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고 퓨처스리그와는 다른 투수들의 수싸움과 제구력에 고전하며 물러나는 타자들도 수두룩했다. 초반부터 실점을 쌓고 경기를 만들지도 못한 채 7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NC다. 신생팀으로서 당연한 과정이지만 상위 7개 팀과의 격차가 벌어지며 초조했을 NC다.
그래도 연패 막판에는 추격전까지 벌이며 팀의 색깔을 찾기 시작한 NC는 첫 승의 값진 열매를 얻었다. SK와의 홈 3연전을 위해 창원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김 감독은 “1승 정말 어렵네”라며 다시 한 번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그만큼 선수단 전체가 느낀 것이 많다는 뜻도 담겼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힘들었으나 그들은 좌충우돌 끝 신생팀으로서 첫 발자국을 남겼다. 어렵게 승리의 고기 맛을 본 NC는 그 달콤한 맛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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