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좌완 영건 강윤구(23)는 지난 3일 목동 LG전에서 '멘붕'을 겪었다.
강윤구는 이날 3회도 채우지 못하고 2⅔이닝 만에 5실점(4자책)을 허용하며 조기 교체됐다. 3회도 안돼 볼넷이 4개나 됐다. 강윤구는 이날 피칭 후 "모든 것이 좋지 않았다"고 자신의 피칭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음달 강윤구는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를 돌며 러닝을 했다. 평소와 같은 훈련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달랐다. 최상덕 투수코치는 "시범경기에 등판하고 열흘정도 쉬었다. 선발로서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스스로 많이 당황해하고 있어 다독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강윤구에게 팀내외에서 거는 기대는 매우 컸다. 올해 팀이 4강에 갈 키플레이어로 그를 꼽는 이들도 매우 많았다. 그 스스로 "나만 잘하면 팀이 4강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제 '긁히면 류현진'이라는 평가를 벗고 싶다"며 의욕을 보여왔다.
그렇게 야심차게 시작한 시즌이었는데 첫 경기에서부터 마음을 다쳤다. 팀의 패배도 문제지만 토종 유망주가 '멘붕'에 빠졌다. '올해도 역시 힘든 것인가' 하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11일 문학 SK전에서 6⅔이닝 2실점 호투로 위기에서 스스로 벗어났다. 이날마저 무너졌다면 심리적으로도 타격이 컸을 것이다.
팀도 이날 SK를 4-3으로 꺾고 2연패이자 2연속 영봉패의 굴욕을 씻었다. 한창 물오르던 상승세가 꺾인 문학구장에서 시즌 첫 스윕패를 모면했다. 시즌 성적 6승4패를 기록하며 5할로의 하락도 피했다. 연패를 벗어난 팀에도, 첫 승을 거둔 강윤구에게도 매우 소중한 승리였다.
강속구 좌완이라는 기대감과 냉정한 현실 사이를 몇 년째 오가고 있는 그다. 그래도 피칭의 기복을 좁히며 조금씩 '냉탕'과 '온탕'의 온도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희망요소다. 그가 얼만큼 더 성숙해졌을 때 비로소 '토종 에이스'의 명찰을 달 수 있을까. 좌충우돌 성장하고 있는 강윤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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