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에게 여전히 전쟁의 위협이 도사리는 위험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프로야구 무대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미사일 발사 위협 등 정세가 복잡한 요즘은 더 그렇다.
때문에 각 구단은 불안해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남모르는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가족들을 모두 한국으로 불러들인 외국인 선수도 있다. 바로 SK의 복덩이로 발돋움한 왼손 투수 조조 레이예스(29)가 그 주인공이다.
레이예스의 가족들은 지난 6일 한국에 들어왔다. 아내와 딸 페이튼, 그리고 아들 허드슨까지 입국해 오는 8월까지 레이예스와 함께 생활할 예정이다. 가족들을 만난 힘일까. 레이예스는 10일 문학 넥센전에서 올 시즌 리그 첫 완봉 역투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심었다. 레이예스는 11일 문학 넥센전을 앞두고 “3개월가량 가족을 못 봤다. 아빠가 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라고 싱글벙글했다.

그렇다면 불안하지는 않을까. 레이예스도 당연히 처음에는 적잖은 걱정을 했다는 후문이다.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됐다. 대사관으로부터는 “위험성이 있으니 되도록 대피하라”라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레이예스는 한창 민감한 시기에 가족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알고 보니 이처럼 태연한(?) 이유가 있었다. 믿는 정보원이 있기 때문이다.
레이예스가 말하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레이예스의 동료 외국인 투수인 크리스 세든의 아버지는 한 때 미국 정부에서 일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미 대사관 측 인사들과 안면이 있다는 것이 레이예스와 구단의 설명이다. 세든은 대사관 쪽에서 나오는 현재 상황과 몇몇 정보를 알고 있고 이를 레이예스에게 귀띔해줬다는 이야기다. 요약하면 전쟁은 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를 계기로 마음을 굳힌 레이예스는 요즘 항상 즐거운 표정이다. 레이예스는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가족 상봉의 효과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10일 첫 완봉승을 거둔 뒤의 풍경은 어땠을까. 레이예스는 “늦은 시간이라 아이들은 자고 있었다. 아내가 해놓은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아직 날씨가 쌀쌀하고 시차적응이 덜 돼 가족들을 경기장에 부르지는 못했다는 레이예스가 가족들 앞에서 계속 멋진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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