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을 새하얗게 불태우게 만들었던 오빠가 돌아왔다.
매주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뜬 눈으로 지새우게 하고 매일 아침 눈을 뜨기도 전에 아이튠즈 차트부터 보게 만들었던 오빠다. 이 ‘강남스타일’의 오빠에 대해 더 말하자면 52일만에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로 1억뷰를 기록했으며 이후 10여 일마다 1억뷰를 차곡차곡 누적시키며 지난 6일에는 유튜브 사상 최대 수치인 15억뷰 돌파에 성공했다.
'강남스타일'은 지난해 7월 15일 음원이 공개된 후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에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누렸고 싸이에게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 노래는 지난해 9월 MTV 비디오뮤직어워즈를 통해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였고 이후 인기에 탄력이 붙었다. 같은해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유럽 국가들을 돌며 활동을 이어갔다. 덕분에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위에 올랐고 영국 UK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개최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 싸이가 저멀리, 점만한 크기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CNN, 로이터 등 유수의 매체가 싸이를 취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고 영어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월드스타 싸이의 인기를 실감한 날이었다.
싸이는 이날 ‘강남스타일’의 후속곡 구상에 들어갔다는 발언을 했고 많은 기자들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한국 입국이 불가능했던 유승준이 10여 년 만에 MAMA를 통해 국내 방송에 얼굴을 보인 사건만큼이나 싸이가 신곡을 발표한다는 사실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시간은 흘러 흘러 오지 않을 것 같던 4월이 왔다. 가요부 기자들은 나름의 디데이 카운터를 만들고 싸이를 기다렸다. 매일 아침에 아이튠즈 차트를 보며 케샤, 마룬5, 저스틴 비버, 테일러 스위프트 등 팝가수의 이름과 싸이가 나란히 경쟁하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 매주 금요일 새벽까지 기다렸다 업데이트되는 빌보드의 핫100을 보는 짜릿한 설렘은 싸이가 아니면 절대 줄 수 없는 행복이다.
올 봄은 ‘젠틀맨’이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총출동했다는 뮤직비디오가 며칠만에 1억뷰를 돌파할지, UK차트, 빌보드 등 K팝최초로 세계의 가수들과 순위 경쟁을 펼쳤던 ‘강남스타일’의 인기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이 한 몸 부서져라 응원하며 지켜볼 참이다. 이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동료애도 생겨서 일각에서 말하는 ‘원히트원더’가 아니라 한국에서 온 신인 래퍼 싸이가 아니라, 그냥 ‘팝스타 싸이’가 됐으면 한다는 욕심을 살짝 부리게도 됐다.
우선 시작은 좋다. 싸이는 음원 공개 한 시간만에 국내 9개 음원사이트를 올킬했다. 보통 인기 가수가 컴백할 때 6~7개 정도의 차트를 '섭렵'하는 경우는 있으나 '올킬'은 드문 케이스다.
12일 오전 8시(한국시간) 현재 '젠틀맨'이 공개된 국가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홍콩 등 총 8곳. 이 곳에서 '젠틀맨'은 속속 현지 음원차트 100위권 내에 진입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110여 개국에서 음원이 발표된 후에야 비로소 '젠틀맨'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2일 오전 현재,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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