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터벅’이라는 매우 함의적인 단어가 있다. 신발 무게 조차도 버거워 보일 정도로 지쳐서 힘없이 걷는 모습을 묘사하는 말이다.
그런데 적어도 이 단어에는 어울리지 않는 러닝화가 등장했다. 아디다스의 신제품인 ‘부스트’, 이 제품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는 ‘터벅터벅’이다. 발에 신발이 신겨져 있는 지조차 모를 정도기 때문이다.
아디다스(www.adidas.com)가 ‘혁신적인 큐셔닝’ 기술이 적용된 러닝화, ‘에너지부스트(Energy Boost)’를 출시했다. 노면 충격을 흡수해 새로운 러닝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기술이 적용됐다는데, 실제로 신어보면 업체 측의 기술적인 설명보다 더 강한 반향이 전해져 온다.

‘부스트’가 주는 첫 인상은 복잡했다. 스티로폼을 연상케 하는 밑창과 그 밑창과 몸체를 구분하는 노란 선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다. 하얀색 밑창과 검은색 몸체, 그리고 둘을 구분하는 노란 라인, 과연 제조사는 이 디자인을 어떻게 설명할까?
아디다스 관계자는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블랙, 화려한 옐로우 컬러를 감각적으로 조합했다”고 묘사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게 디자인이다. 호-불호를 가르는 성급한 평가는 뒤로 하고 일단 신발을 신어봤다.
디자인을 보고 복잡해졌던 마음은 이내 정리가 됐다. 진열장 위에서의 모양과 신고 난 이후의 생김새가 완전히 달랐다. 바지나 양말, 심지어는 발의 모양새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강해 주변 환경과 쉽게 조화가 됐다.

순간, 마음이 흔들린다. “어! 묘한데?”
더 깊은 인상은 걸음을 옮기는 순간 전해져 왔다. 발의 모양과 무게 중심을 놓고 신발이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서서히 발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마치 청바지를 벗고 레깅스를 입는 느낌이랄까? 발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발바닥은 감각 면적이 넓어졌다. 평소 지면에 잘 닿지 않던 발바닥까지 골고루 압력이 전해졌다. 발 전체로 땅을 딛는 있는 느낌이다.
발걸음은 심하게 가벼웠다. 한 걸음을 옮기면 두 번째 걸음이 저절로 나간다. 하루 종일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다녀야 되는 날을 골라 ‘부스트’를 신고 취재현장을 나갔다. 어깨를 누르는 피로감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유달리 발걸음은 가벼웠다. 평상시 그 즈음이면 찾아오던 ‘터벅터벅’은 없었다.
이런 기분을 가슴에 담고, ‘부스트’를 탄생시킨 기술적 배경을 알아봤다.
‘부스트™’의 핵심은 혁신적인 쿠셔닝을 제공하는 소재에 있다고 한다. 세계 최대 종합화학회사 BASF와의 협력을 통해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엘라스토머(TPU)를 수천 개의 작은 ‘캡슐’로 만들었다. 이 캡슐이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움직일 때 마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뿜어준다.
신발 밑창을 이룬 ‘스티로폼’ 형상의 본질이 캡슐이었다. 충격을 흡수하고 에너지를 머금을 수 있도록 정말로 ‘스티로폼’의 원리가 ‘부스트’ 제작에 적용 됐다.
아이다스 관계자는 “아디다스 이노베이션 팀(ait.)의 테스트 결과는 에너지 부스트에 적용된 내구성 높은 소재가 상당한 효율로 ‘에너지 리턴’ 작용을 한다”고 설명한다.

많은 러너들이 운동화를 선택할 때 부드럽고 편한 쿠셔닝과 단단하면서도 즉각적인 반응의 쿠셔닝 사이에서 고민한다.
아디다스는 이러한 러너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부드럽거나 즉각적인 반응 모두를 결합시킨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언뜻 모순적인 요소의 결합이지만 기술력으로 극복한 ‘캡슐’을 통해 신발에 에너지를 생성하는 ‘엔진’을 달게 됐다. 아디다스는 이 기술 개발에만 3년의 시간이 투입됐다고 강조한다.
발걸음이 옮길수록 가벼웠던 이유는 ‘부스트 폼’에 축적된 에너지 덕분이었다. 발을 모양대로 감싸주던 착용감도 ‘부스트 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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