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40판 쏜 이재학, “첫 승, 동료들에게 고마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12 18: 51

재활 중인 나성범(24, NC)은 경기장에서 이재학(23, NC)을 보더니 대뜸 “네가 팀을 살렸다”고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나 이재학의 생각은 그 반대였다. 오히려 팀 동료들이 자신의 첫 승을 만들어줬다며 고마워했다.
12일 창원 SK전을 앞둔 NC 라커룸에 피자파티가 벌어졌다. 선수들 및 코칭스태프가 모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인 피자 40판이 배달됐기 때문이다. 주문자는 팀도, 코칭스태프의 일원도, 스폰서도, 고참 선수들도 아니었다. 바로 팀의 역사적인 1군 첫 승리를 이끈 이재학이었다.
이재학은 11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재학의 역투는 NC의 4-1 승리에 밑거름이 됐다. 팀의 첫 승과 자신의 첫 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니 이재학으로서는 최고의 날이었던 셈이다.

이에 이재학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사비를 털어 피자 40판을 주문했다. 이재학은 이에 대해 “땅볼을 유도하는 스타일인데 어제는 팀 동료들이 수비를 잘해줘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수줍게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전날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재학은 “팀이 연패라서 떨렸다기보다는 첫 등판이어서 초반에는 더 떨렸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경기를 즐겼다고 했다. 적당한 긴장과 마음을 비운 자세는 이재학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오히려 이재학은 “안타를 주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내려왔다는 점이 아쉬웠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승리 때마다 계속 피자를 돌릴까. 이재학은 이 질문에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재학은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승리도 없다. 계속 사겠다”라고 했다. 다만 아직은 고액연봉자라고 할 수 없는 이재학이라 승리가 쌓일수록 금전적인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 이재학은 이에 대해 순순히 시인하며 “쿠폰이라도 모아놔야 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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