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슨 강판‘이 이끈 두산 투수 소모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12 23: 37

경기 전 감독은 선발로 자기 몫을 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채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허벅지가 아프다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덕분에 다음 경기를 위해 예비전력으로 아껴뒀던 투수들까지 소모해야 했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좌완 개릿 올슨(30)의 허벅지 통증 강판은 두고두고 뼈아팠다.
두산은 12일 잠실 롯데전에서 8회 홍성흔과 허경민의 타점 덕택에 3-3 동점을 만든 뒤 연장에서 뒤집지 못하고 첫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승부였으나 시즌 전적 6승 1무 4패. 전날까지 공동 4위 대열을 형성했던 넥센과 LG가 각각 삼성과 한화에 승리해 시즌 전적 7승 4패를 만들어 두산은 승률 6할로 단독 6위까지 떨어졌다.
특히 이날 무승부는 선발로 나선 올슨이 ⅔이닝 1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2개) 1실점에 그치며 일찍 마운드를 내려온 탓이 컸다. 올슨은 지난 3월 17일 두산이 공석이던 새 외국인 투수 자리에 채워 넣은 좌완이다.

전날(11일)까지 2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 중이던 올슨은 가능성과 불안 요소를 함께 보여준 투수. 140km대 중후반의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인지 커브인지 혼동케하는 좋은 변화구를 가졌다.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는 초반 4실점 3자책했으나 시간이 갈 수록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며 103구로 6이닝을 소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쳤다.
하루 앞당겨 등판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김진욱 감독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며 올슨을 신뢰했다. 팀 융화 면에서도 ‘정말 착하다’라는 호평이 있었다. 야구만 잘하면 효자 외국인 투수가 될 만한 선수였으나 갑작스레 못 던지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올슨의 조기 강판으로 인해 스윙맨 유희관은 부랴부랴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랐다.
다행히 유희관은 3⅓이닝 2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분전하며 크게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유희관 이후 김강률-이혜천에 필승조 정재훈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후반을 책임진 오현택은 3이닝 3탈삼진 퍼펙트로 롯데 타선을 봉쇄했고 임시 마무리 이재우까지 나섰다. 13일 많은 이닝을 기대하기 어려운 5선발 겸 스윙맨 김상현이 선발로 나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계투진 총동원은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구단 관계자는 올슨의 강판 이유에 대해 "올슨이 좌측 대퇴부 내측 대내전근 통증으로 인해 강판했다"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허벅지 안쪽 통증이다. 국내 리그 경기력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는데 3경기 째만에 인저리프론이 되어버렸다고 볼 수 있다.
올슨은 두산이 이용찬의 팔꿈치 부상 전열 이탈, 3년 만의 복귀가 확정적이던 켈빈 히메네스의 합류 불발 등 선발진 공백 때문에 이를 메우기 위해 선택한 선수다. 외부에서는 그에 대해 ‘나쁘지 않은, 좋은 선택’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인해 두산은 3연전 첫 날부터 투수 동원령을 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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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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