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와 세든 두 투수 중 한 명을 놓고 고민하다 듀크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그런데 선수 본인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더 중시했고 그 사이 세든은 SK와 계약을 맺었다”.
외국인 투수 인선 원안은 좌완 2명 구도였다. 그러나 좋은 좌완은 동서고금 어느 시장에서나 부족하다. 2년차 좌완 셰인 유먼(34)과 호주 출신 복귀파 우완 크리스 옥스프링(36)으로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두 명 구도를 운용 중인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유먼의 짝을 찾던 수 개월 전을 돌아보며 메이저리그에서 두 차례 10승 이상을 올린 전력의 좌완 자크 듀크(30, 워싱턴)가 첫 계획안이었음을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인선 과정을 돌아봤다. 지난해 11월 롯데의 신임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김 감독은 유먼과의 재계약 후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던 시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롯데는 지난 3년 간 뛰던 라이언 사도스키(샌프란시스코)를 돌려보낸 후 시즌 종료와 함께 새 외국인 투수를 찾았다.

지난 시즌 후 유먼의 재계약과 함께 롯데가 첫 공식 발표한 투수는 우완 스캇 리치몬드.(35) 그러나 리치몬드가 사이판 전지훈련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퇴출된 뒤 롯데는 시범경기 막판 2007~2009시즌 LG에서 뛰던 옥스프링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리치몬드와 옥스프링은 모두 우완. 그러나 처음 계획했던 구도는 좌완 2인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유먼 외 다른 한 명의 외국인 좌완을 추가하고자 했다. 그래서 첫 번째 협상 테이블을 차렸을 때 가장 무게를 뒀던 인물은 자크 듀크였다. 그리고 듀크와 함께 고민했던 투수가 바로 크리스 세든이었는데 심사숙고해 듀크 쪽에 무게를 뒀다”.
2005년 피츠버그에서 데뷔하며 그 해 8승으로 주목을 받은 좌완 듀크는 메이저리그 통산 49승을 올린 동시에 2006년 10승 15패 평균자책점 4.47, 2009년 11승 16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하는 등 한 시즌 10승 이상을 두 차례 올린 커리어를 자랑한다. 2년 전부터 한국 구단과도 커넥션이 생기며 물밑에서 ‘듀크가 한국에 올 수도 있다’라는 소문이 횡행했다.
그러나 듀크는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꿈꿨고 올 시즌에는 워싱턴 소속으로 계투 1경기 평균자책점 16.87을 기록 중이다. 선수 본인이 메이저리그에서의 재기를 꿈꾼 만큼 에이전트 측에서 한국 구단이 수용할 수 없는 금액을 불렀고 그와 함께 듀크와의 계약 협상도 없던 일이 되었다.
“듀크와 계약 협상을 벌이는 사이 SK가 세든과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우리는 듀크가 메이저리그로 재도전 의사를 천명해 다른 대안을 찾는 데 집중해야 했다. 리치몬드는 우리의 네 번째 대안이었는데 사이판 전지훈련 첫 날 펑고를 받다가 무릎이 아프다고 하더라. 처음 나흘 동안 무리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첫 날부터 펑고 수비를 자청했다가 뛰어서 잡는 타구도 아니고 정면 땅볼 타구를 처리하다가 부상을 입었다”.
비슷한 시기 두산이 선택한 좌완 개릿 올슨은 롯데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인물. 그리고 롯데는 3월 하순 고향 호주에서 은행원 생활과 야구 인생을 병행하던 옥스프링을 선택했다. 2007시즌 중 LG 우완 팀 하리칼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았던 옥스프링은 2008시즌 10승을 올렸던 투수다. 그러나 2009시즌 중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LG에서 방출된 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이제는 재활까지 완벽하게 성공했다.
“지금 그래도 옥스프링이 잘 해주고 있으니까 괜찮다”라며 웃은 김 감독. 옥스프링은 오랜만에 돌아 온 한국에서 “LG를 떠나던 날인 4년 전 팬들이 내게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 곳에 다시 돌아와 기쁘다”라며 감격하기도. 만약 롯데가 듀크의 마음을 돌려 유먼과 좌완 원투펀치 구도를 구축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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