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그레인키의 난투극 부상은 그야말로 황당 사건이다.
그레인키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6회 카를로스 켄틴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후 난투극에 휘말렸다. 그 결과 그레인키는 왼쪽 쇄골이 골절됐고, 향후 두 달 이상 등판이 어려워졌다. 뜻하지 않은 난투극에 그만 몸을 다친 것이다.
아주 보기 드문 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벤치 클리어링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벤치 클리어링과 난투극 과정 중 선수가 직접적인 부상을 입은`건 이례적이다. 특히 그레인키는 지난 겨울 6년간 총액 1억4700만 달러에 다저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사상 우완 투수 최고액을 받는 '귀하신 몸'이다.

그레인키는 켄틴의 몸에 공을 맞힌 후 물러섬이 없었다. 고의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피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미 2009년에도 그레인키의 공에 맞아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는 켄틴은 달랐다. 그레인키를 잔뜩 노려보던 켄틴은 곧바로 마운드를 향해 돌진했고, 낮은 자세로 어깨를 들이 받으며 난투극을 벌였다.
그레인키의 부상은 켄틴에게 통산 3번째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는 점에서 악연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선수든 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벤치 클리어링에 나서며 메이저리그식 몸 싸움을 직접 느낀 류현진에게도 하나의 가르침이 될 만한 사건이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난투극과는 거리가 아주 먼 선수였다. 일단 컨트롤이 되니 몸에 맞는 볼로 인한 벤치 클리어링을 유발할 일이 전혀 없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7시즌-1269이닝 통산 사구가 23개로 9이닝당 0.16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레인키도 9이닝당 사구가 0.28개로 많지 않은 투수다.
한국에서 류현진에게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류현진이라는 상징성도 있었다. 류현진은 데뷔 때부터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이자 전국구 스타로 거듭났다. 상대로서는 류현진과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켜봤자 좋을게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 최형우는 류현진에게 빈볼성으로 의심되는 사구 맞은 후 순간적으로 '욱' 했으나 참고 넘어갔다. 당시 류현진은 구심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류현진은 오히려 신인이고, 상대로부터 타깃이 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잘못한 것이 없는 그레인키였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다쳤고 다저스는 귀중한 전력을 잃었다. 류현진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결국 몸을 보호하는 게 최선이다. 물론 타자와 기싸움에서 밀릴 필요는 없지만 선수가 몸을 다치는 것 만큼 큰 손실은 없다. 류현진도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도망칠 것"이라며 몸 보호를 우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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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