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늦어도 괜찮다. 끝까지만 간다면 빛을 발할 수 있다. 배우 장서희, 전 국가대표 축구팀 허정무 감독, 차동엽 신부가 던진 메시지다.
차인표, 장서희, 허정무 감독, 차동엽 신부는 지난 12일 방송된 SBS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땡큐'에 출연해 종교와 세대, 직업을 떠나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나눴다.
이날 차인표는 게스트 세 명의 공통점으로 '느림'을 꼽았다. 출연한 세 사람 모두 지금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남들보다 인내가 더 필요했던 과정을 거쳤기 때문.

장서희는 11살 때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뒤 20년간 무명배우로 활동하며 느꼈던 설움과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는 "방송국에서 오디션을 볼 때 자꾸 떨어지고 기회가 오지 않아 실망하면서 방송국 화장실에서 울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금 늦었지만 결국 그에게도 기회는 왔다.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것. 이후 그는 차인표의 뒤를 이어 MBC에서 연기대상을 받았고, SBS '아내의 유혹'으로 해당 방송사에서도 대상을 거머쥐며 복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긴 무명생활이 반복되며 강해진 맷집과 그 과정에서 생긴 인내심 덕분이었다. 이에 장서희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속도보다 한 방향으로 꾸준히 걸어오며 깨닫게 된 삶의 가치를 전했다.
허정무 감독 운동선수로서 늦은 나이에 축구를 시작해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겪었던 자신의 인생사를 꺼냈다. 어린시절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농사를 지으며 1년을 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면 대항 운동행사에서 축구 선수였던 친척 어른 허윤정 선수를 만나게 됐다. 허 선수는 어린 허정무 감독에게 축구를 하면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고 했고, 그는 그 말을 믿고 축구가 뭔지도 모른 채 무작정 상경했다.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 겪은 시련은 시작 전보다 더했다. 키가 너무 작아고 퇴짜를 맞아 중학교 2학년부터 다시 다니며 축구를 해야 했던 것. 그는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형이라 부르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다른 동료들보다 축구를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에 새벽에 몰래 일어나 훈련에 매진했다. 연습량이 엄청났기에 축구를 시작한 첫 해에만 양쪽 엄지 발톱이 세 번이나 빠졌다. 그런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해 이후 청소년 축구대표팀, 국가대표팀의 선수로 활약할 수 있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 '무지개 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 역시 어린 시절 남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연탄집을 했던 집안을 돕기 위해 초등학생 시절부터 어른들이 들 만큼의 연탄을 날랐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공고에 진학했지만, 공부에 대해 포기할 수 없었고 선생님의 반대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를 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차 신부는 어린 시절 연탄을 나르면서도 "일종의 트레이닝이라 생각했다"며 절망하지 않았음을 알렸고, "젊은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뜻이 있으면 돈을 대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며 돈없이 유학을 가게 된 경험을 토대로 다소 실질적(?)인 조언을 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늦어도 괜찮다", "인내가 중요하다"며 입을 모아 말하는 세 사람의 조언은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에 더욱 큰 감동과 공감을 자아냈다. 흔히 볼 수 없는 세 사람의 조합은 깊은 공감대를 끌어내며 속도전 같은 삶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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