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할리우드 리메이크, 만들려면 제대로 좀!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4.13 11: 23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주연 느와르 영화 '신세계'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인 소식이 알려져 화제다. '신세계'의 배급사 NEW는 12일 "소니픽처스와 미국 리메이크 제작에 최종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제작은 '디파티드'를 만들었고 '올드보이'와 '추격자'의 리메이크를 제작 중인 버티고 엔터테인먼트가 맡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영화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현승 감독의 감성 멜로 '시월애'의 이정재, 전지현이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으로 탈바꿈해 지난 2007년 '레이크 하우스'라는 제목의 영화로 새롭게 선보였다. 이정재와 전지현의 연령대가 다소 높아졌지만 이목을 끌기 충분한 호화 캐스팅이었음에도 국내 반응은 미지근했다.

 
유지태 주연 스릴러 '거울속으로'가 키퍼 서덜랜드 주연 '미러'로 리메이크 돼 2008년 개봉했고,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엽기적인 그녀'는 '마이 쎄시 걸'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2008년 국내 관객들을 만났다. 주연을 맡은 엘리샤 커스버트가 상큼한 외모에도 불구, 전지현만큼 엽기적이고 매력적이지는 않았다는 평이다.
한국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에밀리 브라우닝, 아리엘 케벨, 엘리자베스 뱅크스 주연 '알렉스와 안나: 두 자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돼 2009년 국내 개봉했다. 김지운 감독이 한국적 설화의 스토리 기반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전에 보지 못한 명품 공포를 탄생시켰다면, 할리우드로 간 이 자매들은 다소 밋밋했다.
이 외에도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가문의 영광',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중독', '폰'  등이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관객들에게 유독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작품으로는 '공동경비구역 JSA', '추격자',' 괴물',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이 세계적인 위상 만큼이나 리메이크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영애가 주연을 맡은 '친절한 금자씨'의 판권은 지난 2005년 할리우드에 팔렸다. 지난 해 '커밍순닷넷' 등 외신들은 "샤를리즈 테론이 '친절한 금자씨'에 출연, 더불어 공동 제작까지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리메이크 버전의 각색을 맡은, '디파티드'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윌리엄 모나한은 "미국 리메이크 버전은 굉장히 미국스러우면서도 예상치 못한 작품이 될 것이다"라면서 "박찬욱 감독은 굉장히 천재적이다. 이번 각색은 최고의 위치에 있는 작품을 각색하는 일이며 나는 그것을 해낼 것이다"라고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민식의 장도리신으로 유명한 '올드 보이'는 '똑바로 살아라', '말콤 엑스', '25시' 등으로 유명한 스파이크 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쉬 브롤린, 샤무엘 잭슨, 엘리자베스 올슨 등이 캐스팅을 확정, 지난 해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뜨거운 리메이크 소식과 다르게 막상 결과물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된 리메이크작이작이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다분하다.
'장화 홍련' 같은 한국 설화가 공포장르와 접목된 독특한 영화가 평이한 수준의 할리우드 공포물로 변질되는가 하면, '엽기적인 그녀' 속 참신한 캐릭터가 그닥 새로울 것 없는 섹시녀가 됐다. '미러'는 볼 만한 공포영화란 평도 있었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소재 고갈에 직면한 할리우드가 기존 시리즈의 리부트를 넘어 아시아 영화들의 판권을 사들여 리메이크하는 모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한 차례 홍콩영화 '무간도'를 '디파티드'를 리메이크했던 할리우드가 다시 '신세계'를 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 색다른 시각에 더불어 원작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장점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이는 한국 정서를 제대로 풀지 못해 무색무취의 할리우드 영화가 될 우려도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배경으로 하는 불법이민 문제를 다룬 내용으로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 미국 영화 사이트 'Ain’t It Cool News'의 운영자 해리 놀즈는 "한국의 고유한 정치적 상황을 다룬 이 영화가 어떻게 이 내용으로 리메이크 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내용으로 본, 두 영화 사이에서는 손톱만큼의 유사성도 찾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올드보이'는 인물들의 에너지 넘치는 대결과 함께 고전 비극에나 등장할 듯한 부녀(父女)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한국 정서에는 그 만큼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할리우드가 이 영화의 독특한 영상미 뒤에 숨겨진 감정의 맥락을 어떻게 잡아낼 지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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