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안타’ 오현근과 황병일 수석의 당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13 15: 34

“편안하게 치라고 했다. 네가 어떤 타구를 쳐도 괜찮으니 그래도 좋은 결과를 위해 부담없이 치라고 했다. 안타 나오면 경기 MVP도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대학 시절 팀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했으나 데뷔 팀에서 2년 후 방출되어 신고선수로 입단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외야수. 팬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는 내야 바운드 타구를 치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감행하며 투지를 불태웠다. 두산 베어스 좌타 외야수 오현근(28)의 데뷔 첫 안타에는 황병일 수석코치의 격려가 있었다.
성남고-고려대를 거쳐 2008년 SK에 2차 5순위로 입단한 오현근은 고려대 시절 김용의(LG)와 함께 호타준족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그러나 SK 데뷔 후 2년 간 별다른 족적 없이 방출되었고 두산에 2010년 신고선수로 입단, 그해 말 정식 등록에 성공한 뒤 경찰청 입대했다. 지난해 오현근은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도 빠른 발과 정확한 컨택 능력을 과시했다.

12일 1군 무대를 밟은 오현근은 3-3으로 맞선 연장 11회말 2사 1,2루에서 상대 좌완 이명우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2루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만루 찬스를 이었다. 비록 김현수가 범타로 물러나 팀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오현근은 공을 때려내고 허리띠가 끊어질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는 슬라이딩까지 보여줬다. 이는 오현근의 데뷔 첫 안타다.
“기분 정말 좋았어요. 경기 끝나고 선배들이 제 첫 안타 공을 케이스에 넣어서 전해주시더라고요. 그 때는 공을 때려내고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타석에 서기 전 오현근은 황 수석으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데뷔 후 5년 간 별다른 족적이 없어 팬들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오현근의 타석. 그러나 오현근은 황 수석의 조언 속 부담을 벗고 데뷔 첫 안타를 때려냈다. 황 수석에게 오현근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당시 상황을 물어보았다.
“좋은 기회가 왔으니 반드시 살리라는 것보다 ‘네가 어떤 타구를 때려내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부담없이 쳐라’라고 했다. 대신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네 공을 높이 사며 경기 MVP 중 한 명으로 꼽을 것이라고 했다”. 대체로 홈 경기 MVP는 코칭스태프가 선정한다.
“다음 안타는 외야에 깨끗하게 떨어지는 타구였으면 좋겠어요. 첫 안타를 때려냈으니 힘내야지요”. 우여곡절 끝 첫 안타에 성공한 오현근은 자신의 다음 기록이 자주 나올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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