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
싸이가 1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4만 5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단독콘서트 ‘해프닝’을 열었다. 이번 공연에 투입된 금액만 30억 원. 화려한 레이저 쇼가 장관을 이뤘고 와이어를 타고 종횡무진하는 싸이의 동선은 블록버스터급이었다. 싸이의 콘서트이기 때문에 특별했던 ‘해프닝’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 YG패밀리 총출동..“출연하겠다고 졸라”

‘해프닝’에는 지드래곤, 2NE1, 이하이 등 싸이와 같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들이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이하이와 지드래곤은 사전에 출연 사실이 알려졌으나 2NE1의 출연은 극비로 진행됐다. 이하이는 ‘어땠을까’로 싸이와 호흡을 맞췄으며 2NE1은 ‘캔트 노바디(Can’t Nobody)’와 ‘내가 제일 잘 나가’ 두 곡을 열창했다. 이어 등장한 지드래곤은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크래용(CRAYON)’으로 형님 싸이를 든든하게 했다. 그는 “이 무대에 서고 싶어 형님을 졸랐다”며 기뻐했다.
이하이와 2NE1이 남성팬들을 위한 무대였다면 지드래곤은 여성 관객들을 위한 싸이의 선물. 이들 덕분에 객석의 온도는 후끈 달아올랐다.
YG패밀리는 무대 밖에서도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현장에는 거미, 빅뱅, 2NE1, 에픽하이 화환이 도착했다. 빅뱅은 ‘우리 형 젠틀한 형’이라는 메시지를, 2NE1은 ‘알랑가몰라. 오빠가 왜 제일 잘 나가는건지’, 거미는 자신의 노래 제목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를 패러디해 ‘피처링이라도 할걸 그랬어’, 에픽하이는 ‘웻 싸이 틸 아이 다이(WET PSY TILL I DIE)'라는 메시지로 응원했다.

◆ 급이 다르다..와이어 타고 붕붕, 레이저 빵야
월드스타의 공연에는 30억 원이 투입됐다. 넓은 공연장을 감안, 싸이의 모습을 관객들이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대형 LED를 준비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허공으로 발사되는 레이저는 공연장의 끝에서 끝까지 전달됐다. 순식간에 허공으로 쏘인 종이 조각은 벚꽃잎으로 변해 공연장에 내렸다.
무대장치의 절정은 ‘낙원’에서 시작됐다. 그는 빠른 속도로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관객을 가까운 곳에서 만났다. 하늘로 솟구쳤다 무대에 안착하는 여러 번이 팬들에게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듯 환호가 이어졌다.
유쾌한 싸이는 ‘거위의 꿈’, ‘낙원’ 등 발라드곡을 부르기 전 재치있는 멘트로 분위기를 유지했다. ‘낙원’에 앞서 공개한 메시지에서 그는 “비둘기 마술쇼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 반대에 부딪혀서 실패했으니 떼창으로 노래를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거위의 꿈’을 부르기 전에는 “미국에 있을 때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이 떡볶이였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싸욘세에서 울보 싸이로..다 보여줬다
싸이 콘서트의 전매특허 여장 무대에서 그는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로 변신했다. 싸이는 ‘싸욘세’로 명명된 무대를 “비욘세에게 바치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중요 신체부위만 가린 듯한 착시 의상으로 섹시함을 강조했다. 절제된 골반웨이브가 수년에 걸친 그의 여장 역사를 증명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익숙한 무대지만 해외 팬들에게는 낯선 광경. ‘해프닝’을 생중계한 유튜브 사이트에는 ‘OMG(Oh, My God, 오마이갓)’이라는 댓글이 쇄도했다.
지난 한 해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했던 그는 한국팬들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감격에 겨운 모습을 보였다. 신곡 ‘젠틀맨’에 대한 심적 부담과 고국팬에 대한 그리움, 또 본인만 아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계속해서 눈물을 닦아냈다.
◆ 양현석, 스케이트보드 부상 투혼
싸이는 ‘해프닝’에서 세계 최초로 ‘젠틀맨’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강남스타일’의 후속곡으로 뮤직비디오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왔던 싸이는 드디어 한국 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이를 공개했다. 아울러 뮤직비디오 편집에 투혼을 보였던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의 부상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회사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니시는데 어제 미끄러지셨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 외신 총출동..북핵에 싸이까지 일석이조
이날 싸이의 공연장을 찾은 외신 기자들은 연예부, 문화부가 아닌 보도국 소속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최근 북한의 핵 도발로 불거진 남북한 정세 악화 때문에 파견됐던 기자들이 가수 싸이의 공연장까지 찾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곧 싸이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는 소식에 며칠 더 우리나라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BBC, CNN, 알자지라 등 50여 개의 외신이 몰려 뜨거운 취재 경쟁을 벌였다. 국내외 포함 총 500여 명의 취재진이 운집했으며 이 중 100명 이상이 해외 매체였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포르투갈, 호주, 싱가포르, 일본, 중국, 홍콩, 중동의 취재진이 기자회견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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