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월드스타의 행보다웠다. 신곡 '젠틀맨'으로 국내에 컴백한 싸이의 모든 행동과 말이 화제가 됐으며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도 싸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했다.
싸이는 13일 9개월만에 발표한 신곡 '젠틀맨'의 퍼포먼스를 단독 콘서트 '해프닝'을 통해 첫 공개했다. 이에 앞서 그는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프닝'을 위한 마음의 준비"라는 글과 사진을 게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싸이가 게재한 사진에는 팬들에게 운동화, 흰색 옷, 체력, 신곡 암기, 백색 야광봉 등을 지참하라는 안내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사진에서 싸이는 여장 등으로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어 네티즌의 배꼽을 빠지게 만들었다.
싸이는 콘서트에 앞서 오후 4시에는 '해프닝'의 공연 장소인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내부에서 국내외 취재진 500여 명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강남스타일'에 이은 '젠틀맨'을 발표한 소감을 밝혔다. 싸이는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스쿠터브라운과 함께 자리해 "신곡 '젠틀맨'에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게 잘 안됐다. 사실 굉장히 부담을 많이 갖고 작업한 곡이다"라며 "외국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한국어 중 된소리가 세지 않은 단어들을 고르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그는 '말춤'에 이은 새로운 춤에 대해서도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이 맞다. 내 식대로 해석했으며 앞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춤을 외국에 많이 알리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많은 댄스 및 곡을 리메이크할 계획이 있음을 알렸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국내 언론뿐 아니라 해외 유수 언론이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BBC, 미국에서는 WSJ, AP통신, 뉴욕타임즈, 로이터 통신, CNN 등이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았으며 이 밖에도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호주, 싱가포르, 일본, 중국, 홍콩, 중동 언론에서도 취재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특이한 점은 공연을 찾은 외신 기자들은 연예부, 문화부가 아닌 보도국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근 북한의 핵 도발로 불거진 남북한 정세 악화 때문에 파견됐던 기자들이지만 월드 스타로 발돋움한 가수 싸이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에 며칠 더 우리나라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스웨덴 국영라디오의 닐스 호너(Nils Horner) 기자는 "싸이는 재능있고 똑똑한 이미지를 가진 가수다"고 말했다. 그는 "싸이 덕분에 한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도 좋아졌고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싸이의 공연 관람은 처음인데 멋진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윽고 오후 6시 30분, 본격적인 싸이의 콘서트가 펼쳐졌다. 이날 싸이의 등장 전, 전광판에는 '놀 준비가 되었느냐'는 문구가 떠올랐다. 흰색 의상을 입고 싸이의 말처럼 '하얗게 불태울' 준비가 된 관중들은 크게 환호했다. 이윽고 싸이는 무대 중간에서 튀어 오르며 등장, 곡 '롸잇 나우(Right now)'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싸이의 등장에 공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싸이는 관객의 함성에 열정적으로 첫 무대를 소화했다.
싸이는 이어 곡 '연예인', '예술이야', '새','오늘밤새', '나 이런 사람이야', '흔들어주세요', '도시인' 등을 연이어 부르며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또 싸이는 '내눈에는', '아버지', '설레인다', '낙원', '거위의 꿈'으로 가창력이 돋보이는 무대로 감성적인 무대도 꾸몄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신곡 '젠틀맨'의 무대였다. 싸이는 '젠틀맨' 퍼포먼스에 앞서 화제의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했다. 싸이는 YG 엔터테인먼트가 밝힌 것처럼 뮤직비디오 속 적재적소에서 B급 유머를 빵빵 터뜨렸다. 싸이는 다양한 장소에서 가인과 함께 시건방 춤을 선보이며 말춤에 이은 히트춤이 될 것을 예고했다. 특히 '웻 싸이(WET PSY)' 부분에서는 과거 MBC '무한도전'을 통해 보였던 '겨땀 만세' 장면이 나와 더욱 폭소케 했다.
뒤이어 싸이는 '젠틀맨' 퍼포먼스로 성공적인 첫 컴백 무대를 펼쳤다. 그는 시건방 춤과 진지하지만 재미있는 표정, 아슬아슬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신나는 무대를 꾸몄다. 싸이는 "이 노래 괜찮냐. 많은 분들이 '클럽 음악'이냐고 묻는데, 장르가 클럽 음악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위해 4일 밤을 샌 양현석 사장님과 함께 곡을 만든 유건형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싸이는 재치있는 입담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웃음도 선사했다. 그는 공연 초반, 스탠딩, 1층, 2층 객석을 나눠 함성을 비교하는가 하면 여자, 남자의 함성소리를 비교하며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공연 중간, 관객들에게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선물하기도 했다. 싸이가 가장 크게 웃음을 준 부분은 역시 '여장 무대'였다.
싸이는 전매특허 무대인 '싸욘세'로 변신해 무대에 등장했다. 하의 실종의 빨간 의상을 입은 싸이는 등장만으로 관객을 놀라게 만들었으며 큰 엉덩이를 씰룩이고 유연한 웨이브를 선보이며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물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떼창, 떼춤을 선보이며 공연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다. 익숙한 멜로디의 '강남스타일' 전주가 흐르자, 현장에 있는 국내팬을 비롯한 해외팬들은 함성 소리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듯 경기장을 울리는 떼춤과 떼창을 선보이며 또 하나의 장관을 만들어냈다.
싸이는 공연의 신답게 관객들이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무대 구성으로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그는 곡 '낙원'과 '거위의 꿈'을 통해 대형 와이어로 무대 곳곳을 날아다니며 먼 곳에 위치한 관객에게 다가갔다. 그는 관객의 함성을 가까이서 들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고 팬들의 함성에 감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의 사랑을 가까이서 느끼던 싸이는 결국 공연장 상공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싸이는 이와 더불어 무대 전체에 퍼지는 꽃비와 눈꽃 등을 뿌렸으며 화려하고 재치있는 화면으로 볼거리를 더욱 배가시켰다.

이날 싸이를 비롯해 화려한 게스트도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 YG 엔터테인먼트의 막내이자 루키 이하이는 공연 초반 싸이와 함께 곡 '어땠을까'를 열창했다. 소울이 가득 담긴 이하이의 음색은 5만 관중을 감동시켰다.
그룹 2NE1도 싸이의 공연을 빛냈다. 이들은 곡 '내가 제일 잘나가'와 '캔트 노바디(Can't nobody)'로 임팩트 있는 무대를 꾸며냈다. 특히 CL과 공민지는 파격적인 웨이브와 농염한 눈빛으로 남성 팬들의 큰 함성을 샀다.
지드래곤 역시 마지막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지드래곤 등장 전 전광판에는 '여성 관객에게 드리는 선물. 지드래곤'이라는 글귀가 떴고 이와 동시에 공연장에 있던 모든 관객을 큰 함성을 내질렀다. 지드래곤은 "싸이형이 한국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하여 나를 게스트로 써달라고 졸랐다. 이 함성을 느껴보고 싶었다"며 곡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크레용', '판타스틱 베이비'를 열창했다.
싸이의 공연을 팬들 역시 게스트 못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화이트'가 드레스코드였던 이날 공연에는 흰색의 의상과 흰색의 야광봉을 준비한 관객들로 넘쳐났다. 이들은 각자의 개성에 맞게 흰색으로 멋을 냈으며 어두워진 밤을 하얗게 수놓으며 장관을 이뤄냈다.

한편 싸이는 지난 12일 자정을 기해 전세계 119개국에 '젠틀맨'을 동시 공개했다. 해당 곡은 국내에 공개됨과 동시에 전 차트에서 1위를 올킬했으며 미국 CNN, 빌보드, 타임 등 유수의 해외매체에서 '강남스타일'을 잇는 메가 히트곡이 될 것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싸이는 약 일주일간 한국에 머문 뒤 미국으로 출국, '젠틀맨'의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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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