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팜은 ‘화수분’이라고도 불린다. 주전 선수들이나 점찍어뒀던 선수들의 부상이나 페이스 저하가 있을 때 유망주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2007년 유재웅의 발목 부상을 틈 타 자리 잡은 김현수, 임재철의 군입대 공백을 막은 민병헌은 물론 2009년 2차 5라운드 신인으로서 1군 멤버로 자리잡은 정수빈 등 전례가 많았고 지난해에도 최주환-최재훈-허경민 등이 나왔다. 투수보다 야수 배출이 많던 화수분 출구에서 다시 투수들이 나오고 있다.
두산은 12~13일 잠실 롯데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12일 선발로 나선 개릿 올슨이 갑작스러운 허벅지 부상으로 ⅔이닝 1실점 조기 강판했으나 버티며 3-3 무승부를 기록했고 13일 초반 상대 실책과 제구난을 틈 타 승기를 잡고 7-2 승리를 거뒀다. 나흘을 쉬고 힘 붙이고 나온 상대팀과의 대결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이전까지 1군에서 큰 족적이 없던 투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버티고 경기를 승리로 매조지는 활약을 펼쳤다는 점. 12일 3-3 과정에서 초반 맙업맨을 맡아 3⅓이닝 2피안타(탈삼진 5개) 1실점 호투를 펼친 좌완 유희관(27)과 후반 3이닝 퍼펙트투로 완벽하게 롱릴리프 보직을 소화한 사이드암 오현택(28)이 있었다. 오현택은 타구를 맞고도 ‘괜찮다’라는 손짓까지 화제가 되며 잠시나마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까지 올랐다. 그리고 13일에는 데뷔 첫 경기서 3⅔이닝 83구 세이브를 올린 3년차 사이드암 이정호(21)도 주목할 만 한 투수로 꼽을 만 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입단 당시 커다란 기대를 갖고 들어오지는 않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장충고-원광대 출신 오현택은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 인해 드래프트 미지명 후 두산에 신고선수 입단한 뒤 사이드암으로 전향했다. 유희관은 중앙대 시절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모았으나 느린 직구로 인해 2차 6라운드 하위 순번 입단했다. 유창식(한화)과 광주일고 원투펀치였던 이정호도 동기생의 화려함에 가려져 2011년 드래프트서 7라운드로 두산 지명을 받았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현재 그들의 숨은 공헌도는 알토란같다. 셋업맨 변진수를 대신해 1군에 오른 오현택은 5경기 6⅓이닝 평균자책점 0(13일 현재)을 기록 중.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79에 피안타율 1할5푼의 특급 세부 스탯이다. 개막 엔트리 입성 후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팀 내 유일한 좌완 유희관의 시즌 성적도 7경기 7⅓이닝 평균자책점 1.23에 WHIP 1.09, 피안타율 2할3푼1리로 준수하다.
이정호의 경우는 기록보다 12일 경기 투수진 소모로 인해 생긴 팀의 고민거리를 혼자서. 그것도 1군 데뷔 첫 경기에서 상쇄했다는 점을 높이 살 만 하다. 이정호의 세이브 경기 기록은 3⅔이닝 7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1개) 2실점. 경기 평균자책점이 4.91이고 안타도 7개를 내줬으나 긴장하지 않고 누상에 주자가 나가도 흔들리지 않으며 자기 공을 던졌다는 점은 분명 대단했다. 이정호가 6회부터 경기 끝까지 책임진 덕택에 홍상삼-정재훈-이재우 주력 계투들이 쉴 수 있었다.
물론 이들 세 명의 활약은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 좋은 활약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화수분 입구로 들어갈 수도 있다. 순간의 스포트라이트에 들떠 제 잠재력을 현실화하지 못하고 아쉽게 사라진 유망주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필요한 순간 알토란 같은 활약상으로 팬들에게 어필한 세 명은 꾸준한 활약으로 화수분이 배출한 주력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오현택-유희관-이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