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남' 허경민, 주전으로 살아가는 방법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14 06: 51

“지난해에는 잘 모르니까 여가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풀타임 시즌을 치르려면 아무래도 힘을 비축해야 하니까요. 시간 날 때 많이 자고 또 많이 쉬려고 해요”.
강개리만 갖고 싶은 남자가 아니다. 3할7푼2리(8위, 13일 현재)의 고타율에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망주. 야구에 대한 진지한 마음으로 생활 패턴도 야구를 잘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는 답이 나왔다.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요즘 대세’ 허경민(23)은 더욱 믿음직한 야구 선수로 자라고 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2차 1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허경민은 팀이 일찌감치 ‘포스트 손시헌’으로 점찍은 두산의 미래다. 첫 시즌을 치르고 곧바로 경찰청 입대한 뒤 2년 간 경찰청 주전 톱타자로 활약한 허경민은 지난해 92경기 2할6푼6리 14타점 9도루로 1군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 초반 그는 12경기 3할7푼2리(46타수 16안타) 7타점 3도루에 사사구 3개를 얻는 동안 단 한 개의 삼진도 당하지 않았다. 수싸움에서 밀려도 천부적인 컨택 능력으로 투수를 괴롭히고 있는 허경민이다. 지난해 소극적인 면을 약점으로 지적받았으나 이제는 적극성을 발휘하며 점차 팀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 12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3안타 맹타에 7회 동점 희생플라이를 때려내며 팀을 패배에서 구했다.
“직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김사율 선배의 초구와 2구가 모두 변화구였어요. 그래서 3구 째를 변화구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먼저 변화구를 봐서 김사율 선배가 구사하는 변화구의 각도와 변화량을 머릿 속에 그려넣고 스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광주 KIA 원정 3연전 당시 첫 두 경기가 늦게 끝나 집에 들르지 못했으나 야구장을 찾은 부모님 앞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점을 뿌듯하게 생각한 허경민. 지난 시즌 초반 허경민은 두산 내야의 새로운 피로 주목받으며 1년 선배 서건창(넥센)과 함께 신인왕 후보로도 꼽힌 바 있다. 서건창과 허경민은 광주일고 키스톤 콤비로 모교를 이끌었던 유망주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서건창이 두각을 나타내며 신인왕이 된 반면 허경민은 백업으로 밀려났다. “건창이 형이 신인왕도 되고 골든글러브도 받아 나도 정말 기뻤다. 그리고 자극도 되더라. 지난 시즌 초반 ‘시즌이 끝난 후 시상식에 서고 싶다’라는 인터뷰도 했었는데”라고 웃은 허경민은 그 때가 생각났는지 다시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년 전과는 또 마음이 다른 것 같아요. 경험을 했던 만큼 아주 약간 여유가 생긴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생활 패턴도 바뀌었어요.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른 경험이 없다보니 경기가 없는 여가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했는데 그러다보니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허경민은 올 시즌 시간이 나면 최대한 많이 쉬는 쪽을 선택했다. 좀 더 야구를 잘하기 위해.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하기 위한 결정이다. 또래 답지 않게 더욱 성숙한 마인드로 야구에 다가가고 있는 허경민임을 알 수 있다.
“최대한 시간이 나면 많이 자고 많이 쉬려고 해요. 풀타임 시즌을 치르려면 기본적으로 체력을 갖춰둬야 하니까요”.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허경민의 군복무 당시 “1군에서 반드시 성공할 만 한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경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 감독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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