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고작 몇 십 만원, 몇 백 만원 더 받는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 선수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후배들에게 갖도록 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은퇴선수협(이하 은선협)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프로야구 선수협회 산하 단체였던 은선협은 지난 1월 14일 부로 프로야구 OB 모임인 일구회와 통합을 발표했다. 야구인들을 하나로 모아 대통합을 이뤄 힘을 키우자는 논리였다.
이 과정에서 은퇴선수들 간의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은퇴선수들은 일구회가 자신들의 초상권을 이용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합병을 진행시켰다고 크게 반발했다. 이에 최익성(41) 저니맨 육성사관학교 대표가 총대를 메고 지난달 25일 KIA 이순철 코치를 회장으로 한 새로운 은선협을 발족시켰다. 현재까지 총 700여 명의 은퇴선수 가운데 약 200여 명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자 일구회는 12일 넥센 김동수 코치를 회장으로 하는 산하 은선협을 조직, 발표했다. 은퇴선수들의 모임이 둘로 갈라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간 25억원에 달하는 초상권 문제를 놓고 은퇴선수들끼리 벌이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최익성 대표는 이러한 말에 강력하게 반발한다. 지난 12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저니맨 육성사관학교 사무실에서 만난 최익성 대표는 “초상권 문제로 갈라져 나온 것이 결코 아니다. 그래봐야 1인당 몇 십 만원, 몇 백 만원밖에 안 되는 돈이다. 그것보다는 몇몇 이사들이 모여 억지로 기존 은선협과 일구회의 통합을 진행시킨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익성 대표는 “지금 일구회가 과연 프로야구 은퇴선수들을 대표하는 정당성을 갖고 있는가. 선수 출신이 아닌 인사들도 포함된 곳이다. 그러한 일구회의 일부 이사들이 강제로 은선협을 합병해 버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 동안 줄곧 일구회 측에 은선협을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해 왔다. 계속 묵살하기에 내가 다시 총대를 멨다. 우리가 빠져 나와서 은선협을 만드니까 그 쪽에서도 (김동수 코치를 회장으로 한) 어용단체를 뒤늦게 만든 것이다. 진작 일구회에서 은선협을 새로 만들었다면 내가 나서서 따로 은선협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했다.
현재 최익성 대표는 일구회로부터 고소를 당한 상황이다. 새로운 은선협을 조직하면서 여러 야구 선배들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이를 두고 일구회에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최익성 대표를 고소했다. 여기에 최익성 대표는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선배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기고 새롭게 은선협을 만들었겠나. 오히려 분열을 조장한다고 내가 욕을 먹었을 텐데 아직 난 단 한 번도 선배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익성 대표는 새롭게 은선협을 조직하는데 있어서 초상권 계약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거 받아봐야 얼마나 되겠나. 몇몇 후배들이 연락 와서 ‘올해 얼마나 받을 수 있어요’라고 물어 보면 ‘너희들한테 그 돈 나눠주려고 (은선협 조직)하는 거 아니다. 이렇게 전화 받고 목소리 들으려고 하는 거다’라고 대답한다. 은선협을 새롭게 조직한 이유는 프로야구 선수출신으로 후배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병대가 무슨 일이 있으면 모두들 달려나와 서로 돕는 것처럼 프로야구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 사실 야구 잠시 하고 은퇴하면 사회에 나가서 방황하는 후배들이 많다. 그런 후배들이 위축되지 않고,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사실 최익성 대표는 2000년 프로야구 선수협이 처음 결성될 때부터 앞에 나서서 싸웠다. 그 대가로 보복 트레이드를 당해 팀을 6번이나 옮겨 ‘저니맨’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이제 새로운 은선협을 조직했으니 내 역할은 다 끝났다. 실제로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았다”면서 “두 개의 은선협이 대립하게 됐다. 후배들이 진정성을 알아준다면 결국 우리 쪽으로 회원들이 옮겨 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은퇴선수들의 복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아닌가”라고 자신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