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12연패’ 한화, 보이지 않는 리빌딩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4.14 06: 43

한화가 갈수록 깊은 늪에 빠지고 있다. 2007시즌 이후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한화는 올 시즌 또한 개막 12연패로 악몽의 4월을 보내는 중이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 타자와 투수를 보유하고도 최하위에 머물렀고 올 시즌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객관적 전력이 더 약해졌다. 하위권에 자리한 지난 5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한화의 리빌딩은 여전히 멀고도 험한 상태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200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순위에 큰 차이가 없다. 타선은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았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항상 4점대 이상으로 최하위권이었다. 함께 하위권을 형성했던 넥센과 LG가 체질 개선에 임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는 5년 내내 똑같았다. 한화 마운드의 미래라 언급되는 김혁민 안승민 유창식 등도 궤도에 오르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화가 이렇게 리빌딩이라는 실마리를 좀처럼 풀지 못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한화는 리빌딩팀이 아니었다. 2006년 준우승, 2007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으로서 우승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어긋난 목표 설정에 대한 후유증이 2010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찾아왔고 외국인 선수 영입, 신인 드래프트, 2군 육성 등의 부분에서 다른 팀보다 몇 단계 뒤졌다. 올 시즌 10회 우승에 빛나는 승부사 김응룡 감독을 선임, 성적과 리빌딩을 모두 잡는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지만 현재까지는 둘 중 아무 것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  
승리 없이 시즌 개막 2주가 넘은 상황에서 김성한 수석코치는 한화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봤다. 김 코치는 “감독님께서 ‘리빌딩’이라고 하시면서도 어느 정도 성적을 내려고 하셨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젊은 선수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몇몇 투수들은 2군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성장을 위해 1군에 놔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사실 운이 맞지 않은 점도 있었다. 그동안 하위권에 자리한 만큼 좋은 신예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어야 하는데 신생팀 창단으로 선수들을 많이 놓쳤다”며 “NC만 봐도 좋은 투수들이 참 많다. 이렇게 투수들이 많으면 SK처럼 될 수 있다”고 9구단 NC의 창단이 결과적으로 한화에 불이익이 됐다고 바라봤다.
결국 한화에 필요한 것은 기다리는 것, 즉 인내 밖에 없다. 리빌딩은 얼마나 잘 계획하고 인내하느냐에 따라 지름길을 걸을 수도, 한 없이 좌초될 수도 있다. 2004시즌과 2005시즌 이전까지 최하위에 머물렀던 롯데 감독을 맡았던 양상문 해설위원은 리빌딩을 두고 “‘인내’가 필요한 힘든 작업”으로 정의했다.
양 위원은 롯데 감독 부임 시절을 돌아보면서 “마무리 캠프와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모두 마쳐야한다. 그리고 시즌에 들어가서 키워야할 선수는 최소 50, 60경기 출장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선수들이 알아서 성장할 수 있다”며 “당시 이대호 강민호 장원준 박기혁 모두 꾸준히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컸다”고 인내와 더불어 기회를 강조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화가 리빌딩이란 세 글자를 본격적으로 언급한 것은 2010시즌부터였다. 전임 한대화 감독이 3년 동안 이 작업에 착수했으나 한화는 올 시즌 새로운 판을 짰고 그러면서 김응룡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60명이 넘는 선수들을 다시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한화는 개막 최다 연패 탈출을 위해 지난 이틀 동안 투수 11명을 소모했다. 신기록까지 1패만 남은 상황. 리빌딩을 위해 필요한 진정한 인내는 언제부터 시작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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