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최백호의 만남의 의미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4.14 07: 56

[유진모의 테마토크] 아이돌 세대의 대표적인 여자 솔로 아이유(20)와 70-80 세대의 대표적인 통기타 가수 최백호(63)가 만난다. 아이유가 최근 준비 중인 새 앨범에 최백호가 피처링한 노래가 수록된다고 한다. 과연 어떤 색깔일까? 이 신구세대 두 가수의 만남의 의미는 무엇일까?
두 사람의 인연은 이미 오래 됐다. 아이유는 평소 노래방에서 최백호의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를 자주 부른다고 했다. 아버지의 '18번' 애창곡이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그녀는 지난 해 여름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무대위에서 발표하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아이유는 아예 지난 1월 19일 열린 최백호의 12년만의 새 앨범 출시 기념 단독 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금까지 가요계에서 이런 조합은 없었다. 팝의 본고장 미국의 경우 내털리 콜이 아버지 냇 킹 콜 사후 그의 노래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빙해 듀엣으로 만든 'Uforgettable'을 발표해 빅히트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최소한 큰아버지와 딸 뻘인 최백호와 아이유처럼 신구세대 가수가 콜라보레이션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유와 최백호의 조합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구시대의 가요와 현재의 K팝은 완전히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확연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위주로 구성된 현 가요계의 K팝은 구세대의 가요와는 확실하게 다르긴 다르다.
기존 가요는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키보드 등의 섹션이 반주로 뒤를 받치는 게 보편타당하다. 물론 여기에 브라스 섹션이나 바이얼린 등의 스트링으로 품격을 더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여하튼 중요한 점은 기존 가요는 다양한 악기를 직접 세션하는 게 기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K팝은 악기가 없는, 컴퓨터 음악이다. 언제부턴가 미국의 팝계는 물론 우리나라까지 샘플링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오리지널 악기의 반주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반주를 샘플링을 쓰든가 컴퓨터로 찍어낸다. 악기편성의 가장 기본인 리듬파트의 드럼조차도 컴퓨터로 만든다.
더 나아가 컴퓨터 튜닝으로 음정이 틀리는 보컬까지 보정해내는 세상이다. 한 마디로 컴퓨터만 있으면 개나 소나 다 음반을 취입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적인 유행을 주도하고 국제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K팝이지만 인간미는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기성세대는 가요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며 통속적으로 술맛을 배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K팝을 듣고 감동받았다는 가요팬은 없다. 그저 화려한 리듬과 자극적인 노랫말에 어깨를 들썩이면서 따라부르는 게 K팝을 즐기는 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기존 가요는 확실하게 다르다. 현재의 K팝이 빠른 템포의 댄스와 잔잔한 R&B 두 가지로 나뉘는 것에 비교해 기존 가요는 다양한 장르를 수용한다.
우리의 가요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국악을 바탕으로 일본의 엔카, 미국과 유럽의 팝 등을 혼합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국악과 엔카의 정서적 교류에 팝의 편곡이 덧입혀져 '가요'가 만들어졌고 이것은 트로트라는 미국의 단어로 자연스럽게 굳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다양한 미국의 팝 음악이 한국적 정서와 가사를 만나 다양하게 발전했다. 록 블루스 재즈 발라드를 기본으로 유로팝까지 한국의 가요시장은 전세계의 음악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발달했다.
그 중에서 1970년대는 포크, 80년대는 발라드, 90년대는 댄스뮤직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한층 진화된 세계적인 K팝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이유는 발라드와 K팝의 경계선 상에 있는 가수고 최백호는 포크와 트로트의 중간쯤에 포지션을 두고 있는 가수다. 이런 외양만 놓고 볼 때 두 가수의 조합은 불협화음이다. 하지만 아이유는 특유의 가요적 정서로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아이유가 이제 갓 스무살의 아이돌 세대지만 분명히 그녀의 음악은 K팝의 댄스뮤직과는 태생적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녀의 노래는 발라드와 R&B를 넘나들며 포크적 정서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최백호라는 대선배이면서 출생신분이 다른 장르의 음악과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아이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면 아이돌의 대표 뮤지션인 빅뱅이 다섯손가락의 '풍선'을 리메이크하는 등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80~90년대 선배가수들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는데 그 답이 있기 때문이다.
K팝은 예전의 가요와 비교할 때 확실히 장르가 달라 보인다. 하지만 역사를 파고 들어가보면 K팝의 뿌리는 기성가요와 맞닿아 있다.
게다가 예전의 히트곡은 요즘에 리메이크해도 감동을 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세련미를 갖추고 있다. 아이돌이 기성가요를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더 이상 나올 레퍼터리가 없기도 하지만 그만큼 예전 곡들의 완성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이유가 최백호를 끌어들인 것은 바로 자신의 음악에 무게감을 더하고 진지함을 덧입히기 위함이다. 인생을 충분히 살고 난 뒤 지나간 삶을 반추해보는 인생에 대한 고찰을 노래한 '낭만에 대하여'같은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최백호의 영혼을 자신의 노래에 불어넣음으로써 음악성의 깊이를 더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이는 현재 K팝에 대해 냉소적인 기성세대를 자신의 음악에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아이유의 최백호와의 콜라보레이션이 반가운 이유는 여기 있다. 생각이 다르고 정서와 문화의 소통이 단절된 기성세대와 요즘 청소년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바로 아이유와 최백호의 만남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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