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주말드라마 ‘원더풀마마’(극본 박현주, 연출 윤류해)가 캥거루족 삼남매의 사고뭉치 행각을 그리며 지난 13일 베일을 벗었다. 캐릭터 표현에 있어 생생함을 강조한 시도가 분명했지만 다소 과하게 그려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날 ‘원더풀마마’에서는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사채업을 시작해 억대 빌딩을 세우기까지 큰손으로 성장한 복희(배종옥 분)와, 엄마의 부를 믿고 흥청망청 살아가는 삼남매 영채(정유미 분), 영수(김지석 분), 영준(박보검 분)의 캐릭터를 묘사했다
첫 방송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황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복희 가족의 모습이었다. 명품 쇼핑을 일삼으며 직업 없이 패션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영채를 비롯해, 주변 사람의 말만 믿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에 투자하는 영수, 밥 먹듯이 양다리를 걸치며 여자친구를 사귀는 영준은 몸만 큰 덜 자란 성인들. 이 같은 행동은 막대한 부를 쥐고 있는 엄마 복희의 금권에 의지한 것으로 삼남매는 캥거루족의 전형이었다.

복희 역시 자녀들을 키우는 방식으로 돈을 내세우는 데 거리낌이 없었지만 정도가 심각한 건망증을 앓으며 몸의 이상을 감지했고 급기야 자동차 사고를 당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첫 장면에 등장한 공중에서 돈을 뿌리며 허탈한 듯 웃어버리는 복희의 모습은 자식들을 돈으로 좌지우지했던 그간의 양육스타일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돈에 취해 흥청망청 살아온 삼남매가 엄마에게 닥친 위기를 계기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앞으로 ‘원더풀마마’가 걸어갈 길. 그러다 보니 이날 ‘원더풀마마’에 등장한 세 남매는 그야말로 개조가 절실하게 필요한 면면을 보이고 있었고, 다소 그 모습이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 패션쇼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영채의 안하무인 태도나, ‘현금지급기맘’, ‘돈복희여사’, ‘돈줄’ 등 세 남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엄마 복희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 등이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변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겠지만, 이를 위해 캐릭터가 보기 싫을 정도의 밉상으로 전락할 필요까진 없다.
그나마 훈남(정겨운 분) 캐릭터가 복희 세 자녀와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모습으로 밉상 주의보가 발령된 ‘원더풀마마’를 중화시켰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형을 돌보며 건실하게 살아온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훈남은 앞으로 영채와 엮이며 정신없는 세 남매를 성장시킬 주인공. 훈남과 영채 두 사람은 ‘원더풀마마’의 중심 캐릭터로,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 사이의 에피소드 역시 무리한 전개 보다는 한 단계 차분해진 진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 정유미가 가진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아니었다면 과하게 포장된 영채 캐릭터의 밉살스러움에 몰입은 훨씬 더 힘들었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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