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의 최고 도우미는 다름 아닌 류현진 자신이었다. 숨겨왔던 타격 본능을 대폭발시켰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6피안타 1볼넷 9탈삼진 3실점으로 막았다.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연승과 함께 한미 통산 100승의 위업도 달성했다.
투구내용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건 방망이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2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타격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2005년 인천 동산고 시절 이후 한국프로야구에서 7년간 방망이를 잡고 제대로 타격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달랐다. 웬만한 타자들을 능가하는 놀라운 방망이 솜씨로 경기를 지배했다. 애리조나가 자랑하는 에이스 이안 케네디를 상대로 2루타 포함 3타수 3안타 1득점으로 대폭발한 것이다. 잠잠하던 다저스 타선도 류현진을 시작으로 살아났다. 류현진 스스로가 류현진을 직접 도운 것이다.
류현진은 3회 첫 타석 초구부터 아주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렸다. 지난 2011년 내셔널리그 다승왕(21승) 출신의 애리조나 에이스 케네디를 맞아 1-2구 90마일(145km) 패스트볼을 모두 파울로 만든 류현진은 3구째 93마일(150km) 패스트볼이 바깥쪽 높게 들어오자 결대로 밀어쳤다.
타구는 애리조나 우익수 제라르도 파라의 키를 넘어 원바운드로 우측 펜스를 맞혔고, 거구의 류현진은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2루 베이스까지 점령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 2루타 장타로 장식한 순간. 체이스필드의 관중들도 예상치 못한 류현진의 2루타에 탄성을 내뱉었다.
어깨 보호를 위해 점퍼를 입고 주루 플레이에 나선 류현진은 재빠른 스킵 동작을 펼치더니 칼 크로포드의 우전 안타 때 3루까지 진루했다. 그러나 스킵 슈마커와 우익수 뜬공 때 타구가 워낙 빨라 홈으로 들어올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맷 켐프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득점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5회 선두타자로 나온 류현진은 볼카운트 1B1S에서 케네의 3구째 몸쪽 낮게 들어 온 89마일(143km) 패스트볼을 정확하게 통타, 중견수 앞 굴러가는 안타로 연결시켰다. 첫 안타가 다소 얼떨결게 밀어쳤다면 두번째 안타는 정확한 타이밍에서 임팩트가 이뤄진 안타였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크로포드의 유격수 땅볼 때 2루에서 포스아웃됐지만 슈마커의 좌중간 2루타 때 크로포드가 홈을 밟으며 추가득점을 내는데 기여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6회에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류현진은 초구 볼을 골라낸 뒤 2구째 가운데 낮은 코스로 들어온 91마일(147km) 패스트볼을 가볍게 밀어쳐 다시 우익수 앞 안타로 연결시켰다. 류현진의 안타를 시작으로 다저스는 크로포드의 2루타와 켐프의 적시타가 터지는 등 3득점을 추가하며 스코어를 6-1로 벌렸다. 류현진도 첫 득점 성공하는 등 직접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스스로 류현진 도우미를 자처한 것이다.
waw@osen.co.kr
피닉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