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 서정원-최용수, 두 남자의 '장군멍군' 장외 라이벌전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4.14 17: 10

라이벌리즘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이 사람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하면, 상황의 유불리를 뛰어넘는 힘이 생기는 모양이다.
서정원(43) 수원 블루윙즈 감독과 최용수(40) FC서울 감독이 맞이한 올 시즌 첫 슈퍼매치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K리그 최고의 라이벌 매치로 손꼽히는 슈퍼매치에 걸리는 부담은 만만치 않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초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최 감독은 더더욱 그렇다. 특유의 위트있는 농담들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걱정스러운 상황인 것만은 분명했다. 지난 시즌 최소실점팀이 5경기서 10골을 내주며 3무 2패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최 감독의 자존심을 긁어놓기 충분했다.
그런 부진 속에서 최 감독은 시즌 첫 슈퍼매치를 맞이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상대 수원의 사령탑에 앉은 이는 '날쌘돌이' 서정원 감독. 최 감독과 함께 안양LG에서 뛰었던 서 감독은 '도쿄대첩'에서 골을 합작한 사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프랑스 무대에 진출했던 서 감독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수원에 정착했고, 이 때문에 당시 안양과 수원은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소속팀이 달라진 것은 물론, 두 팀이 '철천지 원수'가 되면서 두 선수의 운명도 동료에서 라이벌로 바뀌게 된 것.
그런 특별한 상대와 처음으로 맞붙는 만큼, 두 감독 모두 비장한 심경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표면상으로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이 불리해보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 슈퍼매치에 거는 자존심, 지난 시즌 윤성효 전 감독 체제의 수원에 당했던 굴욕, 그리고 '라이벌' 서 감독에게 질 수 없다는 독기는 최 감독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
결국 최 감독은 고민 끝에 차두리 카드를 뽑아들었다. 여기에 김용대 골키퍼의 선발 제외라는 파격적인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서 감독의 허를 찔렀다.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다해도 최 감독이 슈퍼매치라는 큰 경기를 앞두고 이정도의 변화를 감내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 감독의 노림수는 후반 42분 전까지만 해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전반 19분, 그동안 수원전서 유독 부진했던 데얀이 골맛을 보면서 흐름이 서울을 향했고, 정대세까지 전반전에 퇴장당하며 최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최 감독이 먼저 '장군'을 부른 셈이다.
하지만 서 감독도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았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교체 선수부터 포메이션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해 변화를 꾀했고, 결국 후반 37분 홍순학을 빼고 라돈치치를 기용한 승부수가 극적 동점골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최 감독의 '장군'에 대항해 서 감독이 '멍군'을 부른 것. 결국 두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고, 두 남자의 불꽃 튀는 그라운드 밖 라이벌전도 '장군 멍군'을 주고 받으며 무승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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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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