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오재원, ‘육상부’의 파워스윙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14 18: 47

한때 이들은 중장거리 타격이 아닌 빠른 발을 앞세워 다이아몬드를 휘젓던 ‘육상부’였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웬만한 거포 못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의 준족으로 꼽히는 민병헌(26)과 오재원(28)이 자신의 주전공 뿐만 아니라 호쾌한 홈런포까지 쏘아올렸다.
민병헌과 오재원은 14일 잠실 롯데전에 각각 9번 타자 우익수,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1홈런 3타점과 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팀이 9회초 6-6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이들의 홈런포는 승패와 상관없는 타점이 되었으나 빠른 발을 특화해 1군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의 홈런포라는 점은 주목할 만 했다. 팀은 11회말 손시헌의 끝내기타로 7-6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06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2차 2라운드로 두산 입단한 민병헌은 2007년 30도루(4위)를 기록하며 47도루(2위)의 이종욱, 36도루(3위) 고영민과 함께 두산 육상부 3총사로 이름을 날렸다. 주전 우익수로 나서며 그 해 타율은 2할4푼4리로 아쉬움이 있었으나 워낙 빠른 발이 돋보였다. 그해 홈런-타점은 3홈런 30타점. 장타자 이미지는 없던 민병헌이다.

2008시즌 민병헌이 대주자 요원으로 18도루를 성공시키는 사이 오재원이 새롭게 육상부원으로 가세했다. 오재원은 2008시즌 2할4푼8리 28타점을 올리며 도루도 28개(7위)를 기록했다. 좀처럼 주전 우익수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던 민병헌은 2010시즌 후 경찰청 입대했고 오재원은 계속 팀에서 자리를 지키며 2011시즌 도루왕좌(46도루)에도 올랐다. 2011년 2할7푼7리 6홈런 46타점을 기록했으나 오재원의 이미지는 중장거리타자가 아니라 컨택 능력과 준족이 돋보이는 전천후 내야수였다.
그런데 올 시즌은 다르다. 오재원은 3월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선제 결승 만루포로 2013년 9개 구단 타자들 중 가장 먼저 홈런을 신고한 데 이어 시즌 2호 홈런을 때려냈다. 만루포가 밀어친 타구였다면 이번에는 상대 선발 셰인 유먼의 슬라이더(122km)가 몰리자 주저없이 힘껏 당겨쳤다.
민병헌도 마찬가지. 지난 9일 광주 KIA전에서 상대 좌완 진해수의 슬라이더를 당겨 좌월 투런으로 연결했던 민병헌은 2회 2사 2,3루에서 유먼과 8구까지 가는 긴 대결 끝에 체인지업이 몰리자 그대로 걷어올렸다. 살짝 넘어간 타구가 아니라 의심의 여지가 없던 장타였다.
전공 외 종목에만 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주전공에도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여준 육상부다. 민병헌은 4회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시즌 네 번째 도루를 기록했고 오재원은 8회말 1사 2루 때 2루 주자로 베이스를 밟다 양의지의 깊숙한 3루 땅볼 때 그대로 홈까지 달려 득점을 올렸다. 그들은 베이스러닝 장기도 확실히 살리며 파워스윙까지 뽐냈다.
주루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공격 면에서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저 발빠른 주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장타까지 때려낼 수 있는 준족의 타자는 엄청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준족의 파워스윙을 보여준 오재원과 민병헌은 2013시즌 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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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오재원./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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