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참사 속에 커져만 가는 류현진의 공백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4.15 06: 28

14일 한화와 LG의 경기가 열린 대전구장에는 환희와 좌절이 공존했다.
경기 전 구장 내 TV는 물론, 외야 전광판에도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부동의 에이스투수였던 류현진의 모습이 나왔다. 관중들은 세계 최고 무대서도 맹활약을 펼친 에이스에게 환호를 보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 선수들 또한 락커룸에 있는 TV로 류현진을 바라보며 조용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 류현진은 빅리그 세 번째 선발 등판서 시즌 2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지난 7년 동안 한화서 올린 98승을 더해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류현진은 마운드뿐이 아닌 타석에서도 빛났다. 3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불과 2주 만에 메이저리그 전체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여기까지는 환희였다. 경기장을 찾은 한화팬들은 물론, 한화 선수들도 먼 곳에서 류현진이 보낸 승전보를 한화가 이어가기를 바랐다. 여전히 한화 구장에는 류현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류현진의 한화 유니폼을 입고 대전구장을 찾은 팬들도 많았고 구단 매장에서는 류현진 관련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류현진보다 몇 배는 절박한 한화가 이번에는 연패 늪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기다렸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된 지 2시간 41분 후 좌절이 찾아왔다. 한화는 1회초부터 불안한 수비로 또 선취점을 허용했다. 지난 경기들과는 달리 제대로 저항조차 못해보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결과는 0-8영봉패. 이로써 한화는 프로야구 통산 최다 개막 13연패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주말 3연전 동안 한화가 설정한 승리 조건은 상대의 선취점을 막는 것이었다. 만일 선취점을 내주더라도 추가점은 허용하지 않고 반격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다. 그래서 3연전 통합 16번이나 투수를 바꿨다. 바티스타를 제외한 투수 전원이 총 출동했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바티스타를 빼놓고는 예외 없이 대기할 것이다. 투수 모두 투입 가능한 상태다”며 애초에 마운드 총력전을 예고했다.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한화는 3연전 총합 32피안타 19실점을 기록했다. 총력전은 자충수가 됐고 보직 없이 방황한 투수들은 당장 16일부터 시작되는 NC와 3연전에 컨디션을 맞추기 힘들어졌다. 그야말로 되돌릴 수 없는 상처만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더 류현진이 떠올랐다.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류현진이 지금 한화에 있다면, 한화가 빠진 늪이 이렇게나 깊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치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마운드 총력전 또한 계획할 필요가 없다. 지난 7년 동안 한화는 류현진 선발 등판이 곧 최고의 전략이었다.
물론 아직 115경기나 남아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대거 개편된 만큼, 지금의 한화는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2의 류현진은 못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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