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국제대회서 만난 한국 선수들, 처음엔 서먹"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4.15 12: 47

"한국대표선발전이요? 저 러시아에서 라이브로 봤어요".
함께 땀흘리며 훈련했던 선후배 관계는 러시아의 삭풍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동토에서 한국대표선발전을 라이브 중계로 지켜봤다는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8, 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1년 반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안현수는 약 일주일 간의 짧은 휴가를 만끽하고 21일 러시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날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현수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만날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국대표선발전 결과를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라이브 중계로 봤다"고 즉답했다.

"대표에 선발된 선수들, 특히 남자 선수들이 올림픽 경험이 없다는 것 때문에 한국 분들이 걱정이 많으신 것 같더라"며 운을 뗀 안현수는 "내 생각에는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한국대표선발전이 올림픽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오히려 그 선수들이 (올림픽에서)더 무서울 수 있다"며 한국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올림픽 전에 경기를 하다보면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개인전도 중요하지만 계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이 좋아져야하기 때문이다"라고 충고의 말을 전한 안현수는 특히 성남시청 시절 함께 고락을 겪으며 훈련했던 이한빈(25, 서울시청)에 대해 든든한 믿음을 드러냈다. 안현수는 "선발전을 잘 치러서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이)한빈이와 나는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준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올림픽 무대에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만났을 때의 경험도 털어놨다. "솔직히 처음에는 서먹한 부분도 있었다. 다 같이 운동하던 선후배 사이에서 경쟁해야 하는 사이가 되다보니 후배들도 많이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고 설명한 안현수는 "자연히 나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경쟁을 떠나 링크 밖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보니 어느 순간 한국팀에서 같이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반가웠던 심경을 전했다.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해 통증이 있는 상태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안현수는 남자 500m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상으로 시작해 귀화까지 이르는 부침을 겪는 동안 줄곧 멀어져있던 시상대였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불과 1년 여 남겨두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년 만의 메달을 거머쥔 안현수는 러시아 국가대표로서 다시 한 번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오는 9월 치러질 선발전 일정이 남아있지만 '특채'가 존재하는 러시아에서 안현수의 대표 선발은 기정사실이다. 안현수와 한국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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