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 남은 'BK' 김병현의 흔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4.15 14: 55

LA 다저스 류현진(26)이 한미 개인 통산 100승째를 거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 류현진과 한국야구의 새로운 역사의 현장이 된 이곳에는 또 다른 한국인 선수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바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BK' 김병현(34·넥센)이었다. 
체이스필드 기자실에는 애리조나 구단 영광의 순간들이 대형 액자 속에 담겨있다. 지난 1998년 뒤늦게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애리조나는 창단 두 번째 시즌인 1999년 100승(62패)을 거두며 최단기간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창단 4년째였던 2001년에는 당당히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제 16번째 시즌으로 팀 내 영구 결번도 루이스 곤살레스(20번)가 유일하지만 5차례 지구 우승을 차지할 만큼 꾸준하게 강팀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애리조나 기자실의 사진 액자는 짧지만 단단한 역사를 써가고 있는 구단의 자랑거리라 할 만하다. 그 영광의 순간에 바로 김병현이 존재하고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 2001년 10월22일(이하 한국시간). 당시 애리조나는 원정 터너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전통의 강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4승1패로 꺾고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 순간 김병현이 동료들과 마운드에서 환한 표정으로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지금도 남아있다. 
이날 경기에서 김병현은 3-2, 1점차 리드 상황에서 8회부터 선발투수 랜디 존슨을 구원등판했다. 2이닝을 안타없이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리며 애리조나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김병현은 이 시리즈에서만 세이브 3개를 올리며 강력한 마무리로서 위용을 뽐냈다. 비록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에서는 4~5차전 악몽 같은 홈런 3방에 울었지만 팀의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해피엔딩된 바 있다.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난 일이지만 애리조나에는 가장 큰 영광의 순간으로 추억되고 있고, 김병현의 존재감도 사진 속에서 살아 숨쉬었다. 1999년 애리조나와 계약한 김병현은 계약 첫 해부터 초고속으로 메이저리그 데뷔했고, 2003년 5월말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됐다. 2007년 다시 트레이드로 애리조나에 복귀했으나 2경기 만에 다시 방출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비록 6시즌이지만 김병현은 자신이 몸담은 4개팀 중 애리조나에서 가장 많은 245경기 325⅔이닝을 던졌다. 21승23패70세이브 평균자책점 3.43으로 성적도 가장 좋았다. 특히 체이스필드에서 129경기 11승8패40세이브를 올렸다. 김병현이 뛰던 당시 체이스필드 이름은 뱅크원볼파크. 이제는 세월도 많이 흘렀다. 하지만 한국인 선수 유일의 월드시리즈 우승 기록과 추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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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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