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의 어설픈 연봉공개가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연맹은 지난 11일 K리그 구단별 국내 선수 인건비 현황을 공개했다.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 구단들의 1인당 평균 연봉과 기본급, 승리수당, 출전수당, 기타수당이 공개된 이번 현황을 통해 연맹은 "리그와 구단 운영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현황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은 포함되지 않은 국내선수들에 한정됐다. 어떻게 보면 불완전한, 어설픈 연봉공개였다. 이 때문에 일부 구단들은 제대로 된 연봉공개가 아니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불만을 표시한 구단들의 입장은 이렇다. 외국인선수들의 연봉이 포함되지 않은 공개는 알맹이가 빠진 공개로, 현재 산출된 1인당 평균 연봉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맹이 K리그 구단별 국내선수 인건비 현황(추정치)를 공개하며 1인당 평균 연봉이 높은 순으로 구단을 정렬하는 바람에 현재의 성적과 비교해 평가를 하는 기준이 돼버렸다.
일각에서 말하는 가장 피해를 받은 구단은 포항 스틸러스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오히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그 가치가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다. 연맹의 발표에 따르면 포항은 1인당 평균 1억 8901만 원의 연봉을 받아 이번에 공개된 20개 구단 중 4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결코 낮은 순위가 아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포항은 재정난으로 긴축재정을 펼치고 있는 팀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도 없어 '황선대원군', '쇄국축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1인당 평균연봉 순위는 4위라니 아이러니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말한대로 이번 발표는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국내선수 인건비 현황이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들은 외국인선수들을 대부분 3~4명씩 기용하고 있는데, 그 연봉이 빠졌으니 국내선수만 존재하는 포항의 연봉이 도드라지게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4명의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고 있는 FC 서울은 외국인선수들의 연봉이 빠져 포항의 1인당 평균연봉인 1억 8901만 원보다 적은 1억 5614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이유로 구단의 실무자는 물론 지도자들까지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A구단의 감독은 "외국인선수 4명의 연봉이 나머지 베스트 11과 비슷한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연맹의 연봉공개는 분명 허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B구단의 감독 또한 "알맹이가 빠진 공개"라며 현재 공개된 1인당 평균 연봉 순위는 존재가치가 없다고 폄하했다. C구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공개로 나온 순위는 쓸모가 없다. 외국인선수의 연봉이 포함된다면 최상위권과 최하위권 팀을 제외한 팀의 평균 연봉 순위는 모두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는 아직 시즌 초반이다. 클래식의 경우 리그가 시작한지 6라운드가 지났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알맹이가 빠진 연봉공개를 급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연맹 이사회를 통해 연봉공개가 결정됐고, 그에 대한 권한이 연맹 집행위원회에 위임됐다. 올해에는 국내선수들과 관련한 내용만 공개했지만, 차후 외국인선수는 물론 선수 개인에 대해서도 공개할 것이다. 중요한 건 향후 외국인선수를 포함한 공개 범위를 넓혀간다는 것과 전 세계를 통틀어 K리그가 연봉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연봉 공개를 왜 했을까?'하는 목적이 더 관심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불만이 수그러들만한 답변은 아니었다. 이번 공개가 어설픈 연봉공개였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 "외국인 선수 및 선수 개개인의 연봉도 다 공개하겠다"는 연맹의 입장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공개로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공개는 환영받을 수준의 것은 아닌 것 같다. D구단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공개할 것이라면 나중에 다 합해서 공개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외국인선수는 왜 별개로 하는지 모르겠다. 연맹은 국내선수의 것만 공개한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언론의 보도는 전체선수의 연봉을 공개한 것과 같지 않나"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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