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구가의서’ 이승기, 재발견은 이제 실례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4.16 07: 35

가수와 배우를 겸업하는 연예인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연기력 논란과 함께 잊을 만하면 나오는 ‘000의 재발견’이다. 재발견이라는 표현에는 기대 이상이라는 숨은 뜻이 있다. 그만큼 기대치가 낮았다는 의미다.
대중은 가수 출신 배우의 연기력을 두고 냉혹한 평가를 내리기 즐겨한다. 물론 다소 부족한 연기력으로 뭇매를 맞는 가수 출신 배우들이 많은 것도 한몫을 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연기를 못할 수도 없는 일이다. 도마 위에 올랐던 이들은 연기혼을 불태우며 일취월장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00의 재발견’이라는 기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만능 엔터테이너 이승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가수로서 승승장구하던 때 갑자기 연기 겸업을 선언했다. ‘찬란한 유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더킹 투하츠’ 등에서 주연을 꿰차며 극을 이끌어갔다.

초반 다소 불안했던 행보를 보였던 그는 ‘이승기의 재발견’이라는 필수코스를 밟더니 이제는 안정적인 연기를 하는 게 당연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캐릭터 표현력과 섬세한 감정연기는 날이 갈수록 발전했다. 배우 이승기를 상대로 재발견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된 시점이 온 셈이다.
그는 지난 15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3회에 저돌적인 성격의 반인반수 최강치로 첫 등장했다. 강치는 인간이 아니라는 강력한 ‘출생의 비밀’ 외에도 업둥이인 까닭에 능글스러운 겉모습 속에 슬픔이 숨겨져 있다.
이날 이승기는 밝았다가 슬펐다가 오락가락하는 강치의 감정기복을 훌륭히 표현했다. 그는 슬픔이 눈에 박힌 인물인 강치 그 자체를 연기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첫 등장부터 단박에 강치로 몰입했다.
어떻게 보면 3회 동안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하는 ‘밀고 당기기’를 한 셈이다.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시청자들을 끌어당겨 호감으로 홀리는 그의 장기는 여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사극 특유의 낮게 깔리는 발성에도 문제가 없었다. 미리 예고된 날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활기찬 액션은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구가의 서'는 작품의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첫 방송 이래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기에 주인공인 배우 이승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드라마에 힘이 실리게 됐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을 갖춘 배우 이승기의 흥미진진한 '연기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편 ‘구가의 서’는 반인반수 최강치가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쾌한 무협 활극이다. 사람은 될 수 없지만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강치를 통해 진정한 인간애와 자아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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